"실제 시장으로 오인할 만한 외관 갖춰"

실제 주식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 투자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더라도, 유사한 외관을 갖췄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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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5일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이 정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는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시장뿐만 아니라,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가 매매가 실제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리딩방 투자사기' 조직의 고객센터 직원으로 활동하며, 2024년 4월부터 7월까지 텔레그램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국내외 주가지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한 허위 투자 사이트를 개설한 뒤, 62명의 투자자로부터 총 84억3628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 허위 사이트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해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해당 사이트가 피해자를 기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실제 증권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투자상품시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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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투자 사이트에서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일반 투자자가 실제 시장으로 오인할 만한 외관을 갖췄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매매가 실제로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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