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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국을 포괄적으로 다룰 비전이 없으며, 각국이 중국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EU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이 표적 보조금, 덤핑, 과잉생산 등 불공정한 수출전략과 제조업 경쟁력 향상으로 EU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포괄적이고 최신화된 공동 전략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안된 방향은 유럽이 개방성, 중국 기술의 필요성과 함께 불공정으로부터 유럽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의 균형을 맞추는 쪽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 2일 ‘유럽은 중국에 대한 일관된 전략이 없다(Europe lacks a coherent strategy toward China)’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 호르무즈 해협 폐쇄, 그리고 백악관의 예측 불가능한 위협이 계속되면서 세계 무역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많은 기업 이사회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려는 기대 속에, 턴베리 합의(2025년 7월 EU와 미국이 턴베리에서 체결한 무역 합의)가 6월 초 발효될 예정이다. 이 합의는 유럽이 자동차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미국이 유럽에 대한 관세를 1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유럽에는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하는 중국에 대해 일관되고 최신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유럽의 대중국 대응은 단합 부족과 엇갈린 메시지로 특징지어졌다.


EU는 미국과의 확전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이후, 유럽연합은 워싱턴과의 무역 관계에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져오려 했다. 그러나 그린란드와 관련한 새로운 관세 위협,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지 않은 유럽의 태도, 그리고 최근 자동차 관세 때문에 이 과제는 더 어려워졌다. 스코틀랜드 해안 도시 턴베리에서 처음 합의됐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턴베리 합의는 논쟁에 휘말려 왔다. 유럽의회가 회원국 장관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새로운 수정안과 안전조항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타협안이 마련됐고, 곧 표결과 확정을 거칠 예정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높이 평가할 만하게도 다른 무역 기회를 추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를 포함한 메르코수르와의 EU 협정은 5월 1일 발효됐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인도, 호주와의 협정도 마찬가지로 타결돼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과의 협상은 진전된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의 협상은 25년 동안 진행돼 왔고 이제 마침내 타결됐으며, 비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인구 기준으로 20억명을 포함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모든 협정의 타결은 지정학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으며, 과거의 이견을 메우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마찬가지로 유럽연합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12개국 사이에서도 무역, 투자, 통관 절차 간소화 및 기타 조치와 관련한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합의는 미국으로부터 밸류체인을 다변화하고, 위험을 줄이며, 안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이 실패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압박은 유럽을 불안하게 한다

유럽연합과 중국은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중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의 상품·서비스 분야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커지고 있으며, 현재 3600억유로에 이른다. 중국은 유럽 수입의 최대 공급원이다. 중국과의 무역이 중요하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논의의 핵심은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무역할 것인가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희토류와 광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이외의 파트너들과 체결한 무역협정에는 이 부문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중국 의존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별도의 문제는 중국의 갈수록 공격적인 무역정책이 EU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표적 보조금, 덤핑, 과잉생산을 확대하는 산업정책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자동차, 제약, 전자, 화학, 의료기기 등 유럽의 제조업 부문에서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수입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조치 사용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24년 유럽은 중국을 상대로 7건의 사건을 제기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17건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50건이 넘는 사건이 진행 중이다.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공급망, 강철 실린더, 발린, 유리섬유 및 기타 제품에 대해 관세나 부과금이 매겨졌다. 각 결정은 철저한 조사 뒤 내려지며, 조사에는 때로 최대 18개월이 걸릴 수 있다. 또 회원국 과반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에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국을 포괄적으로 다룰 비전이 없다. 유럽연합은 공통된 입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개별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다. 독일 경제장관도 이달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은 통일된 접근법 없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EU 회원국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새로운 산업전략 제안인 ‘산업 가속화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 법안은 특정 국가를 일부 부문의 공공조달 입찰과 공급망 보조금 접근에서 배제해, 해당 제품이 ‘유럽산’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중국을 배제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강경 노선을 지향하는 5개국, 즉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리투아니아는 집행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중국에 대한 더 강한 조치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보다 표적화된 무역방어 수단과 더 신속한 조사가 포함된다. 그러나 독일은 공동 서명을 거부했고, 대신 중국과의 산업 관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여러 나라도 독일의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접근은 유럽연합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


스테판 세주르네 유럽연합 단일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유럽연합이 유럽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세이프가드 조항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문제를 특별히 논의한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의 접근법은 여전히 중국과의 탈동조화가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축소)’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적 이해와 안보적 이해가 더 밀접하게 얽히고 있어 더 강력하고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집행위원단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으며, 위원장은 더 강경한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주제는 다음 주요 7개국(G7) 회의와 6월 중순 모든 총리가 참석하는 유럽이사회에서 추가로 논의될 예정이다.


유럽에는 새로운 중국 전략이 필요하다

이 모든 행동과 논의는 중국에 대한 포괄적이고 최신화된 공동 전략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현재 전략은 2019년에 마련된 것으로, EU·중국 투자협정(CAI)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던 시기에 작성됐다. CAI 협정은 독일의 강한 추진 속에 EU 회원국들과 중국이 2020년 타결했지만, 중국이 유럽의회 의원 몇 명을 포함해 EU 시민 20명에게 제재를 가하자 유럽의회가 이에 대응해 동결했다. 중국의 제재는 신장 지역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공무원 2명에 대한 G7 제재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 결과 CAI는 발효되지 못했다.


2019년 전략은 스스로의 혼란을 반영하듯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 ‘경제적 경쟁자’, 그리고 ‘대안적 거버넌스 모델을 촉진하는 체제적 경쟁자’라고 불렀다. 그 이후 세계는 변했다. 중국의 산업정책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지원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우려되는 점은 일부 부문에서는 유럽이 따라잡기에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럽 거리의 버스는 사실상 중국산뿐이다.


물론 27개 회원국을 하나의 공동 접근법으로 묶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사회는 노력을 기울여 진지하게 시도해야 한다. 유럽은 개방성과 중국 기술의 필요성을, 불공정한 협력으로부터 유럽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균형 있게 맞춰야 한다. 특히 희토류와 핵심 원자재 분야를 비롯한 안보 차원도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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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 중 일부에서는 핵심 광물 전략을 기반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또한 CPTPP 파트너들과 협력을 심화해 공동의 반강압 조치를 구축하고,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떤 강압적 세력에 대해서도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원산지 규정에 대한 공동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유럽연합은 새로운 무역협정과 중견국 및 다른 파트너들과의 협력 구축을 통해 지정학적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에 대한 표적화된 공동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27개의 서로 다른 버전으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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