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투표용지 안 줘도 모른다"…용지 부족 사태에 소환된 드라마 장면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 지속
2003년 드라마 '야인시대' 장면 재조명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한 행정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과거 드라마 속 부정선거 모의 장면까지 소환되며 여론이 더욱 격앙되는 모습이다.
5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03년 9월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의 한 장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당 장면은 정치깡패 임화수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부하들과 표를 빼돌리기 위한 수법을 모의하는 대목이다.
극 중 한 부하는 "자유당은 총투표수 중 4할을 사전투표하기로 했다"는 임화수의 말에 "그만큼 투표자들의 용지를 우리 쪽으로 빼내야 하는데, 국민이 용지를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우려한다. 그러자 임화수는 "그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용지가 안 나왔으면 그냥 안 나왔나 보다 하겠지"라고 비웃듯 답한다.
누리꾼들은 투표용지를 빼돌려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원천 봉쇄한다는 극 중 설정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상황과 절묘하게 겹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다만 해당 장면은 1960년 자유당 정권의 의도적인 부정선거를 극화한 것으로 이번 사태가 인쇄 물량 부족이라는 행정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다르다.
'투표지 부족' 헌정 초유 사태…선관위 "유권자 50%만 인쇄"
앞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등 14개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되며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대혼란이 빚어졌다. 선관위는 뒤늦게 부족분을 긴급 이송하고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를 허용하는 임시 조치를 취했다.
논란이 커지자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총장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서울 송파구의 유권자 50%만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 왜 부족했는지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부실 행정을 시인했다.
여야, 선관위 한목소리 질타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6년 대한민국의 투표 현장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께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건 단순한 선거 준비 부족을 넘어 책무를 저버린 처참한 수준이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투표용지가 부족해 주권자의 참정권이 원천 차단당하는 사상 초유의 무능한 행정"이라며 "선관위는 단순 사과로 덮을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관리의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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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관계 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서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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