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대란...선관위 ‘사법 성역화’ 이끄는 법관 겸직 도마 위
6·3 지방선거 투표 용지 대란
현직 판사가 선관위원장 맡아
사법부와 '구조적 유착' 지적
선거불복 소송해도 기각 불보듯
개혁 법안 있지만 국회 계류중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서울 지역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행정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선관위의 행정 편의주의 배경으로 사법부와의 '구조적 유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직 판사들이 각급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며 사법적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5일 법조계는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 불복 소송을 하더라도 실제 선거 무효 판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공직선거법 제224조상 법원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만 무효를 인정한다. 2020년 제21대 총선 직후 제기된 126건의 선거·당선무효 소송은 대법원에서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고 전량 기각·각하됐다. 이 같은 결과의 원인으로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구조'가 지목된다.
중앙선관위 위원장과 각급 선관위원장은 위원 중 호선(互選)하도록 돼 있다. 1963년 선관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관례상 중앙은 대법관, 시도는 지방법원장, 시군은 부장판사가 비상임으로 겸임해 왔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빌려 선거의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구조가 오히려 선관위를 견제받지 않는 '성역'으로 만들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법원장급이 선관위원장이 되는 것은 선관위에 무소불위의 힘을 주고, 견제할 수단을 무력화한다"며 "선관위에 문제가 터져도 법원은 동료 판사가 수장으로 있는 기관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겸직 구조는 지방 정치권에서 법리 해석의 형평성 시비로 이어진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은 지방법원장이나 부장판사의 판단에 따라 지방 선출직 공무원들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선관위가 고발하면 검찰은 별다른 스크리닝 없이 기소하고, 결국 고발 주체의 수장과 한솥밥을 먹는 법원 판사가 재판을 맡는 기형적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방 단체장들 사이에서는 지역 법원장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가장 중요한 정무 요인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공직선거법 제225조가 선거소송 처리 시한으로 규정한 '소 제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판결해야 한다'는 규정마저 무시되기 일쑤다. 사법부가 이 조항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 아닌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없는 훈시규정으로 자의적 해석을 내리면서다. 민경욱 전 의원이 낸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 무효소송의 최종 기각 판결은 2022년 7월에야 나왔다.
개선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24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각급 선관위 위원 자격에서 '법관'이 아니라 '선거관리 및 선거범죄에 식견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체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현직 대법관 등이 '비상임'으로 맡던 중앙 및 시도 선관위원장을 '2년 단임의 상임직'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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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를 선거 철에만 가동하는 '비상설 기구'로 전환하고, 헌법상 감사를 받지 않는 '독립기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 어디를 봐도 이런 통제 공백을 해결할 규정이 없다.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선관위의 비상설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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