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도연구를 향한 규제 강화가 과학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중용도연구는 하나의 연구도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바이러스 변이 또는 병원체 전파 등 연구가 공익적 측면의 백신·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생화학 무기 개발과 생화학 테러 등으로 악용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경고는 후자처럼 이중용도연구가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규제를 마냥 강화한다면, 결국 과학발전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발전과 국가 안보 간의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권석범 교수. KAIST

권석범 교수. KAIST

AD
원본보기 아이콘

KAIST는 기술경영학부 권석범 교수가 '이중용도연구에 적용된 강화된 보안 규제가 과학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 분석으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권 교수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이중용도연구에 관한 보안 감독을 지속해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추가 규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미국의 사전 보안 감독 규정은 국가안보결정 지침(189호)에 근거하며, 연방정부가 연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 적용된다. 바꿔 말해 연방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연구는 사실상 사전 보안 감독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규제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규제 강화가 과학발전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착안해 권 교수는 미국 특허청(USPTO)의 다단계 보안 심사 절차와 특허-논문 인용 데이터를 결합한 분석 방법론을 개발, 60만여 건의 연구 논문을 통해 규제 강화가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개별 사례 중심의 분석에만 의존하던 이중용도연구 논의를 대규모 실증 분석으로 전환해 객관성을 확보한 셈이다.


분석 결과에서 이중용도연구는 일반 연구보다 과학적 영향력이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대상이 되는 연구일수록 과학발전과 기술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을 의미다.


하지만 최근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관여한 이중용도연구의 비중은 1981년 41%에서 2005년 22%로 감소했고, 외국 기관이 관여한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54%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보안 규제가 자국 연구에 집중적으로 적용되는 동안 해외 연구 비중은 지속해서 확대된 셈이다.


AI 생성 이미지. KAIST

AI 생성 이미지. KAIST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연구는 이중용도연구를 둘러싼 국제정책 논의에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바이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이번 연구는 앞으로 논의될 연구 규제와 글로벌 협력 체계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 교수는 "미국의 국내 보안 감독 강화가 자국의 과학연구에 불균형적 제약을 주는 동시에 안보 측면에서의 실효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를 통해 설명됐다"며 "과학발전과 국가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국제 협력과 두 개념 사이의 균형감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D

한편 권 교수의 논문(단독 저자)은 5일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