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영 코스메카 수석연구원
김건석 코스메카 국내영업1팀 팀장
명함 한 장으로 시작된 화장품 개발
틱톡 타고 입소문…해외 판매 불티
영업과 연구가 함께 만든 히트작
"화장품 업계 분들이신가요?"
지난해 성수동의 한 카페. 김건석 코스메카코리아 영업1팀 팀장은 우연히 옆자리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경쟁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이름이 오르내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라고 판단한 김 팀장은 망설임 끝에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짧은 인사는 새로운 협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브랜드501 측과 미팅이 이어졌고, 김 팀장은 글로벌 뷰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신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더마 브랜드 닥터멜락신의 대표 제품 '필샷'이다.
필샷은 '필샷'은 앰플을 피부에 바르면 때처럼 각질이 밀려 나오는 필링 제품이다.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지만, 피부 위에서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장면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며 해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2024년 1월 첫 출고를 시작한 이후 누적 수주량(2026년 6월5일 기준)은 1000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출시 1년여 만인 2025년 중반부터 주문이 폭증했다. 특히 2025년 한 해에만 전체 물량의 70%가 넘는 약 750만개가 집중되면서 사실상 '메가 히트' 반열에 올랐다. 통상 업계에서 연간 100만개 판매를 넘기면 히트상품으로 평가받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경기도 판교 코스메카코리아 중앙연구원에서 만난 김건석 영업1팀 팀장과 나인영 수석연구원은 "'필샷'은 코스메카의 영업과 연구개발 역량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5초 안에 소비자를 사로잡아라"
김 팀장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숏폼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품의 성분과 기능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김 팀장은 "요즘 소비자는 성분표보다 영상을 먼저 본다"며 "15초 안에 눈길을 끌어야 하는데 한눈에 이해되고 바로 반응이 나오는 제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명확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바르는 순간 변화가 눈에 보여야 했다. 그래야 숏폼 영상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기존 필링 제품은 대부분 점도가 높은 젤 타입이다. 반면 필샷은 스포이드로 떨어뜨리는 앰플 형태여야 했다. 묽은 제형이면서도 피부에 문지르는 순간 각질이 밀려 나오는 효과를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300번 넘는 실험 끝에 탄생한 '필샷'
"앰플처럼 묽은데 필링젤보다 더 각질이 잘 밀리게 만들어 달라"
나 연구원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다. 필샷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스포이드로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묽은 제형이어야 했지만, 피부에 바르는 순간 각질이 때처럼 밀려 나오는 강한 필링효과를 구현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필링력이 강할수록 제형은 걸쭉하고, 반대로 제형이 묽을수록 필링효과는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시중에 나와있는 필링젤들은 대체로 치약처럼 걸쭉한 제형이다. 점도가 높아 피부위에서 오래 문질러야 각질이 밀려 나온다.
필샷은 이 상식을 거꾸로 뒤집은 제품이다. 스포이드로 떨어뜨릴 수 있을만큼 묽은 제형이지만 피부에 바르는 순간 각질이 빠르게 밀려 나온다.
나인영 코스메카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누적수주량 1000만개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닥터멜락신'의 필샷의 개발을 주도했다. 사진은 나 연구원이 연구소에서 제형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비결은 제형 변화에 있다. 피부에 바르는 순간 액체 상태의 내용물이 작은 덩어리 형태로 변하면서 시각적으로 각질이 밀려나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나 연구진은 이 현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성분 배합을 소수점 단위까지 미세하게 조절해 최적의 제형을 구현해냈다.
나 연구원은 "단순히 각질이 많이 밀려 나오게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며 "피부 자극은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가 즉각적인 변화를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더라도 대량 생산 단계에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별도의 과제였다. 나 연구원은 "연구실 규모에서 구현한 제형을 실제 생산라인으로 옮기면 점도나 사용감이 달라질 수 있다"며 "수만 개 단위 생산에서도 같은 품질이 유지되도록 안정화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일반 제품이 3개월 동안 10여 차례 테스트를 거친다면 필샷은 달랐다. 수십 명의 연구원이 투입돼 3개월 동안 300회가 넘는 실험을 반복했다. 새벽까지 연구실 불이 꺼지지 않는 날도 적지 않았다.
결과는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김 팀장은 "'필샷'은 닥터멜락신 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된 제품"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강한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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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샷 성공 이후 유사 제형을 개발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하지만 코스메카코리아는 동일한 핵심 콘셉트를 경쟁 브랜드에 공급하지 않았다. 김 팀장은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단기 매출보다 파트너십과 신뢰를 우선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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