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빠진 美주택 시장, 금리 인하 기대
고용 불안으로 초장기 대출 불안도 커져
금리의 시대에서 '구매력'의 시대로
금리는 언제나 주택시장의 결정적 변수였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대출 부담이 커져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고, 금리를 내리면 거래가 살아나고 집값이 올랐다. 주택시장의 온도는 사실상 금리가 결정해왔다. 미국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금리보다 소득과 고용, 즉 구매력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앞으로는 금리만으로는 주택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집을 사는 것은 금리가 아니라 소득과 고용이며, 주택시장의 본질은 결국 구매력"이라고 밝혔다.
저금리 대출에 갇힌 미국 집주인들
실제로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미묘한 변화의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6년 1분기 주택 압류 건수는 약 11만9000건으로 코로나19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단 코로나 때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도 3% 안팎의 초저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쥐고 있다. 이 집을 팔고 새 집을 사면, 새 대출 금리는 6~7%를 각오해야 한다. 월 상환액이 두 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즉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 싼 이자에 발이 묶이는 현상, 이른바 '락인 이펙트(lock-in effect)'다.
기존 집주인은 팔지를 않고, 새 구매자는 살 집을 못 찾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시장은 연준(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만 기다려왔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 교착이 풀릴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리가 내려도 주택 매매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집을 사는 건 대출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내 소득이 괜찮을까'라는 확신이 있어야 30년짜리 대출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채용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사무직과 전문직을 중심으로 채용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생산성이 올라도, 그게 곧 내 고용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갤럽 조사에서 향후 5년 내 주택 구매 계획이 있다고 답한 미국인은 25%에 불과했다.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높은 집값 탓만은 아니다. 현재 미국의 주택 구매 부담은 2006~2007년 부동산 버블 정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집값과 금융 비용 부담이 동시에 누적된 결과다.
"부동산 시장 전망하려면 고용과 소득 구조 함께 파악해야"
이 연구원은 "AI를 통한 생산성 혁명이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더라도 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주택 수요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며 "결국 주택 구매 결정은 금리 수준보다 미래 소득에 대한 확신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는 주택시장 회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만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도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라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30년짜리 대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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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결국 향후 미국 주택시장의 방향은 모기지 금리 자체보다 가계의 구매력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이제 시장은 금리보다 구매력을, 그리고 구매력에 영향을 미칠 AI 시대의 고용과 소득 구조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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