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4일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신뢰할 만한 적절한 조치 조속히 마련"
선관위엔 "스스로 철저 점검·후속조치"
지선 이후 "민생·균형발전·국민통합에 힘 모아야"…지방정부 협력 방안 논의
취임 1년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된 사태와 관련해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민선 9기 지방정부 성공적 안착 방안'을 주제로 제36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주민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취임 당시 맸던 통합 넥타이를 매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 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서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는 다만 이 대통령의 지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 제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종료 이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선관위에 대한 직접적 제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 참정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선관위가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스스로 철저한 점검과 필요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관련 사안을 엄중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직무감찰 등 행정부 차원의 구체적 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선관위가 엄중한 책임을 가진 헌법기관인 만큼 조치를 잘해야 한다는 의미의 강조"라고 답했다.
앞서 전날 송파·강남·광진·동작 등 서울 14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했고, 일부 유권자는 대기표를 발급받아 오후 6시 이후 투표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경우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 중 일부가 실제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아파트 방송을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허철훈 사무총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을 향해서는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경쟁이 어땠든 여야는 모두 주권자를 대리해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국가의 더 나은 내일을 개척해야 할 동반자들"이라며 "이제 선거가 끝난 만큼 우리 정치권도 주권자가 명령한 실질적인 민생 개선과 지역 균형발전, 국민통합에 함께 힘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새로 출범하는 지방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도 지방선거에 담긴 우리 국민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소속 정당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모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 국민 삶의 진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를 묻는 말에 "모든 선거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며 "정부는 민심을 잘 받들어 민생 안정과 경제 성장,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관계 고도화 방안도 논의됐다. 정무수석실은 국민주권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 '지방 우선 원칙'인 만큼 민선 9기 지방정부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고,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 자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높이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가 조례 등 자치입법 수단을 적극 활용하되, 이에 상응하는 책임성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민과 지방정부 간 정보 비대칭이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정보공개청구 등 주민참여 확대와 주민 눈높이에 맞는 평가체계도 논의됐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 준비 상황도 보고됐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 역사상 최초의 광역시도 통합인 만큼 전남·광주특별시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분야별 준비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 2년 차를 맞아 공직사회에 국정 속도전도 주문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늘부터 국민주권정부 2년 차 임기가 시작됐다며 공직자들에게 국정 속도를 배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여름철 재난 안전 대책도 이날 회의의 주요 의제였다. 이 대통령은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는 만큼 폭염, 수해, 산사태, 축대 붕괴 등 각종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공사장과 노후 공공시설 등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점검을 강화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에 관한 사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자세"를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시설관리 노동자의 휴게권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청소·경비 등 시설관리 노동자의 휴게권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현장 이행이 미진하다고 지적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앞장서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 같은 개선 노력을 기관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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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수석대변인은 "개각이나 인사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며 "지방선거 결과에서 보여준 민심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을 면밀히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돌아볼 수 있겠지만, 개각이나 인사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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