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연애·호감 표현에 부담 느끼는 Z세대
SNS 문화·데이팅 앱 피로감 등 영향
국내서도 연애보다 개인의 삶 중시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좋아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짝사랑 불황'(Crush Recession)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겪던 설렘과 짝사랑의 감정이 이제는 감정적 피로와 부담으로 인식되면서, 연애 자체를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불안과 데이팅 앱 피로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처받느니 안 좋아한다"…달라진 Z세대 연애 문화

사진은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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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라이프스타일 매체 리얼심플(Real Simple)은 Z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짝사랑 불황' 현상을 조명했다. 해당 용어는 지난해부터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했으며, 젊은 세대가 연애와 호감 표현에 점점 더 부담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매체는 "Z세대는 관계와 연결을 원하면서도, 공개적인 망신이나 SNS 노출, 상처에 대한 부담 등 연애가 동반하는 감정적 위험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좇는 일이 점점 가치 없게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 힐리(Hily)의 연애 코치 줄리 응우옌(Julie Nguyen)은 Z세대가 짝사랑을 회피하게 된 배경으로 SNS 문화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호감이라는 감정이 사적인 영역에 머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작은 짝사랑조차 쉽게 드러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창피함이나 상처를 받을 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데이트는 누군가의 단체 채팅방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과거에는 누군가를 조용히 좋아하며 그 감정을 혼자 간직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연애와 호감 표현 자체가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소비되면서 감정적 부담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심리학자 브리트니 울퍼드(Brittany Woolford)는 이 현상을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짝사랑이 결국 연애로 이어지고, 이후 더 많은 감정 노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감정적 롤러코스터에 비해 얻는 보상이 적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을 견디고 있는 청년층에게 연애는 또 하나의 감정 소모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데이팅 앱 피로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쉽게 수많은 이성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오히려 한 사람에게 깊게 몰입하는 경험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울퍼드는 "수많은 사람과 비교되는 환경에서는 한 사람이 예전만큼 특별하게 느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랑보단 내 삶이 중요"…전 세계적인 '연애 기피 현상'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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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애 기피 현상은 미국 외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애와 결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청년층을 가리켜 '초식남'이나 '건어물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하자 대응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결혼·연애관 지도'를 강화하고 자녀 돌봄 편의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의 연간 혼인 건수는 2013년 1346만9000쌍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4년에는 610만6000쌍으로 줄어 약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청년 실업률 상승과 주거·양육 비용 부담,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연애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20~4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61.1% ▲30대 72.6% ▲40대 81.5%가 현재 연애 중이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 중 29.8%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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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는 이유로는 ▲'연애에 대한 관심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37.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연애할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35.6%) ▲데이트 비용 및 결혼 등 경제적 부담을 피하고 싶다(16.5%) ▲학업·일이 더 중요하다(8.9%) 순으로 나타났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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