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데뷔…도쿄돔서 마지막 공연
공연 보겠다며 위장 침입한 관객 체포되기도

요즘 아이돌 하면 단연 K-POP 아이돌이 대세입니다. 그러나, 제 학창 시절에는 잠깐 J-POP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엑스재팬부터 킨키키즈, 아라시 등 다양한 일본 연예인들이 한국에 소개될 때였는데요. 아라시의 데뷔곡 'A·RA·SHI'의 인트로에 나오는 가사를 쉽게 발음한 '디기쏘쏘'는 당시 J-POP 팬들끼리라면 한 번쯤 따라 해봤을 법한 구절이었죠.


그 아라시가 지난달 31일 도쿄돔에서 마지막 공연을 열고 26년 6개월간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국민 아이돌의 활동 종료 소식에 일본 언론은 일제히 해당 소식을 메인 뉴스로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활동 종료 소식에 일본 곳곳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벌어졌습니다. 이번 주는 그룹 아라시의 활동 종료와 관련한 일본의 각종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일본 5인조 그룹 '아라시'. 아라시 페이스북.

일본 5인조 그룹 '아라시'. 아라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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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데뷔…어느덧 멤버 전원 40대

아라시는 1999년 데뷔했습니다.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였던 구 쟈니스(현 스타토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5인조 남성 그룹이죠. 리더인 오노 사토시를 시작으로 사쿠라이 쇼,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마츠모토 준이 속해있습니다. 아라시는 일본어로 폭풍(嵐)을 뜻하는데요. 당시 사장이었던 창업자 쟈니 키타가와가 전 세계에 폭풍을 일으키겠다는 소망을 담아 지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데뷔 싱글이 발표 첫 주에 55만7000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죠.

2008년 내한 당시 아라시. 아시아경제 DB.

2008년 내한 당시 아라시.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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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 인지도를 쌓은 뒤 멤버들도 각자의 이름으로 뉴스 MC, 배우, 예능인 등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멤버 전원이 40대가 되면서 결혼 발표를 하는 멤버들도 생겨났습니다. '이제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는 리더 오노의 생각을 따라서 2020년 그룹 활동 중단에 들어갔는데요. 지난해 마지막 투어를 개최한 뒤 활동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일본 전역 5개 도시에서 공연을 진행했고, 약 49만명의 관객이 참여했는데요. 지난달 31일 도쿄돔 공연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공연장 위장 침입하다 체포…각종 에피소드 이어져

마지막 공연이 열린 날 도쿄에서는 각종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도쿄돔 공연을 보기 위해 작업원으로 위장, 공연장에 무단침입한 3명이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서로 일면식도 없고 각자 계획해서 들어왔다고 해요. 아이돌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챙기던 70대 남성은 헬멧을 쓰고 사다리를 들고 관계자 출입구로 들어갔다고 해요. 공연 장면을 촬영해 가공해서 판매하려던 계획이었던 거죠.


또 다른 20대 남성 2명은 위조 출입증을 이용해 공연장에 들어가려다가 적발됐다고 해요. 이들은 또 "팬이라서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다"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쿄돔 밖에서도 마지막을 배웅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는데요. 도쿄돔 근처 역인 JR스이도바시역에서는 역무원이 아라시가 여태 발매한 노래 제목을 활용해 "공연이 끝나면 몬스터(Monster)급 혼잡이 예상된다. 모두 해피니스(Happiness)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라는 식으로요. 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확산하면서 역무원의 센스를 칭찬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커피 체인점 도토루에서도 영수증에 '우린 아라시'라며 26년간의 활동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특별 인쇄한 지점이 주목을 받기도 했죠.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라시 콘서트. 아라시 페이스북.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라시 콘서트. 아라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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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은퇴 소식에 일본 전역이 떠들썩한 이유가 있습니다. 멤버들이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발표한 노래도 많은데요. 노래를 모르면 일본의 세시풍속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라시가 발표한 '벚꽃아 피어라(사쿠라 사케)'는 지금도 일본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곡으로 꼽힙니다.


일본에서는 대학의 합격 소식을 '벚꽃이 피었다'로 표현하는데요. 과거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도쿄에 있는 대학 합격 소식을 직접 가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절, 이를 대신 확인하러 간 사람이 전화로 합격 소식을 '벚꽃이 피었다'로 전한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특히 와세다 대학의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시작됐다고 하죠. 이 문화적 배경과 맞물리며 수능 응원곡이 됐습니다.


또 다른 노래 'One love'는 '100년이 지나도 사랑을 맹세할게'라는 가사로 유명해서, 지금도 일본의 결혼식 축가나 배경음악으로 쓰입니다. 이 밖에도 고교야구 고시엔 대회 테마곡인 '나츠하야테', 운동회나 학교 축제 영상 단골 곡인 'Happiness' 등이 있죠. 이처럼 일본인들에게 이 그룹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학창 시절부터 결혼까지 꽤 많은 추억을 함께 한 존재나 마찬가집니다.

지난달 31일 도쿄돔에서 공연 중인 아라시. 아라시 페이스북.

지난달 31일 도쿄돔에서 공연 중인 아라시. 아라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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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이 속해 있던 소속사 쟈니스 사무소는 창업자가 연습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겪기도 했죠. 일본 연예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20년 넘게 일본의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그룹 아라시였는데요. 일본 뉴스에도 활동 종료를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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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MP3 플레이어로 노래 듣던 가수들이 하나둘 활동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룹의 끝이 아니라 나의 어떤 시절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지막 공연은 끝났지만, 아마 노래와 추억은 꽤 오랫동안 일본인들 사이에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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