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이어 16대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장 맡아
"완벽함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성장해야"
"경험 공유·성장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중요"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장은 '외유내강'의 전형이다. 처음 입사한 회계법인의 유일한 감사부 소속 여성 회계사였던 시절을 지나 여성 합격자가 38%에 달하는 지금까지 업계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30년 전 여성 개인으로서 업무를 늘려 달라고 목소리를 냈던 그는 현재 여성 회계사들의 성장과 연결, 사회적 역할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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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5대에 이어 16대 회장을 맡으며 생애주기 혹은 경력에 따라 겪는 여성 동료들의 고민에 함께 머리를 맞대왔다. 특히 중점에 둔 것은 '연결'이다. 고민이 많은 여성 후배들에게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여성 선배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곧 용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봤다. 출산·육아로 경력 공백이 생긴 여성 회계사를 위한 '리스타트 및 개업 지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장은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가 여성 회계사들이 경력의 어느 단계에서도 서로 연결되고 경험을 나누며 각자의 삶의 방식 속에서 오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거창한 사명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지방 출신 학생으로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당시 기숙사는 자연스럽게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공간이었다. 여러 고시 중 공인회계사가 성향에 맞다고 생각해 공부를 시작했다. 학부 졸업 전 합격을 하지 못해 결국 금융권에 입사하게 됐는데, 시험에 합격한 선배·동기들을 보며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고, 지금까지도 이 길을 걷고 있다.

-30년 넘게 회계사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던 1993년은 전체 합격자 287명 중 여성은 11명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회계업계에서 여성 비율은 매우 낮았고, 처음 근무했던 회계법인에서도 감사부 소속 첫 여성 회계사였다. 회계사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육받는 '온더 잡(On the job) 트레이닝'이 중요한데 업무 배정부터 난항이었다. 특히 지방 출장은 혼자 여성이기 때문에 숙소를 따로 잡아야 하는 이유로 근교 위주로만 가기도 했다. 당시엔 업무 할당표가 회사에 붙어있었는데, 인원 할당이 안 돼 있는 곳에 충원하는 식으로 업무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하다가는 회계사 생활이 엉망이 되겠다 싶어 대표님께 직접 건의해 업무 기회를 요청했다. 초반에는 스스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으로 살았던 것 같다.


-출산·육아의 시기는 어땠는지.

▲일과 가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지속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에 집중하던 시기에는 몇 년간 업무를 많이 줄였지만 일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등교한 시간에는 업무를 하며 육아 3분의 2, 일 3분의 1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덕분에 아이들도 엄마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고, 스스로도 현업 감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둘째 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한 후 회계사로서 열정을 다시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회계법인에 다시 합류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상황에 맞게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걸어왔다. 여성 후배들에게도 완벽함에 대한 부담보다는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건네고 있다.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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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라는 직업에서 여성의 참여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등록 공인회계사 약 2만8000여명 중 여성 회계사는 약 6100여명으로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합격자 비중은 최근 38%까지 올라오며 여성 회계사의 참여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여성 회계사 비중은 늘고 있지만, 여성 임원의 비율은 높지 않다.

▲2025년 빅4(상위 4개) 대형 회계법인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파트너 822명 가운데 여성 파트너는 74명으로 약 9% 수준이다. 다만 이를 단순히 숫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 회계 업계의 커리어 구조와 시간의 흐름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파트너가 되기까지 보통 15~17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여성 회계사 비율은 약 15% 수준이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여성 파트너 비율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성 회계사가 겪는 고민은.

▲회계사는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많은 여성 전문직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균형 속에서 커리어 지속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 승진을 준비하는 시기와 육아 부담이 큰 시기가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중간에 경력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고민하는 상황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특정 단체나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경력의 어느 단계에 있더라도 성장 기회를 이어가고 리더십 역할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멘토링과 네트워킹, 롤모델 공유와 같은 연결 구조가 중요하며, 여성 전문가들의 경력 현황과 리더십 비율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반도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공인회계사회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

▲'지속 가능한 커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육아의 비중이 컸던 시기에 나름의 방식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비(非)전업 회원이나 경력 공백을 경험한 회원들을 위해 개업 지원 프로젝트와 리스타트 성격의 세미나, 멘토링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회계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후배 여성 회계사들에게 현실적인 정보와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여성 회계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끊김이 없는 커리어'보다 삶의 변화 속에서도 다시 연결되고 지속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여성공인회계사회는 여성들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고민해 나가고 있다.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서울 반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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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사업이 있다면.

▲하반기 성년 후견 재산 관리 공공 전문인력 교육을 여성공인회계사회에서 파일럿 형식으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성년후견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성년후견은 신상관리와 재산관리 영역으로 나뉘는데, 재산관리 분야에서는 회계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회계사의 전문성이 재무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의 영역으로 확장될 기회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시대 회계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AI가 단순히 회계사의 역할을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AI는 계약서 분석, 이상 거래 탐지, 감사조서 작성 지원, 위험평가 등 회계감사 실무의 핵심 영역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고 감사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회계사의 몫이다. 인간의 판단, 경험, 윤리의식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AI가 데이터 분석과 자료 검토를 빠르게 수행하더라도 그 결과를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앞으로 회계사들에게는 숫자 자체보다 이면의 맥락과 리스크를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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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성 회계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스스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계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큰 직업이다.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도 여성 회계사들이 경력의 어느 단계에서든 서로 연결되고 경험을 나누며 오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이영숙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장은
1965년생으로,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15대에 이어 16대 회장을 맡고 있다. 1993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 안건회계법인(현 안진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회계사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태성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여성 부회장 및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여성 최초로 독립기념관 비상임감사로 임명됐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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