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체불임금 문제 제기하자 공격" 주장
검찰, 불법 노동 알선·일감 통제 갈등 수사
피해자들 모두 합법적 체류자
伊 '카포랄라토' 착취 구조 도마 위

이탈리아 남부에서 농장 일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탑승한 차량에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단순 화재가 아닌 방화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파키스탄 국적 남성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4일 연합뉴스는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최근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사건에 대해 전했다.

유로뉴스는 이탈리아에서 최소 23만 명의 농업 노동자가 착취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는 농업 노동자 4명 중 1명꼴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유로뉴스는 이탈리아에서 최소 23만 명의 농업 노동자가 착취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는 농업 노동자 4명 중 1명꼴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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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주고 일만 시켰다" 伊 생존자가 전한 차량 방화 참극

사건은 지난 1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 코센차 인근 아멘돌라라의 한 주유소에서 발생했다. 주유소 폐쇄회로(CC)TV에는 남성 2명이 미니밴에 인화성 액체를 붓고 불을 붙인 뒤, 탑승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차량 문을 막는 듯한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차 안에는 농장에서 딸기 수확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이주노동자 5명이 타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국적자 3명과 파키스탄 국적자 1명 등 4명이 숨졌고,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남성 1명은 가까스로 탈출해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희생자를 파키스탄 국적 와심 칸(29), 아프가니스탄 국적 아민 파잘 코그자니(28), 울라 이스마트 키에미(19), 사피 이야자드(27) 등으로 보도했다. 유로뉴스는 수사당국 설명을 인용해 이들이 모두 유효한 체류허가를 갖고 있었고 전과가 없었으며 수년간 이탈리아에 체류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모하마드 타지 알라미야르(35)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과 동료들이 체불 임금과 운송비 문제를 제기한 뒤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은 주지 않고 먹을 것과 잠잘 곳만 제공했다"며 가해자들이 칼과 총으로 위협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당국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후 관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다중·가중 살인 혐의로 보고 있다. 알레산드로 달레시오 카스트로빌라리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사망자 수와 범행 방식 모두에서 전례 없이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탈리아 농업 현장의 불법 노동 알선 체계인 '카포랄라토'와 농장 일감 통제를 둘러싼 갈등 가능성을 함께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포랄라토는 중간 알선업자들이 이주노동자를 농장에 연결해주고 교통·숙소·일자리 등을 빌미로 임금 일부를 떼거나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불법 고용 관행을 뜻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이 제도를 "많은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고용해 매우 낮은 임금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하는 행위"로 설명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 "폭력과 야만에 물러서지 않을 것"…노조·종교계도 규탄

이번 사건은 이탈리아 농업계의 구조적 착취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유로뉴스는 이탈리아에서 최소 23만 명의 농업 노동자가 착취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는 농업 노동자 4명 중 1명꼴이다. 앞서 2024년에도 인도 출신 농장 노동자 사트남 싱이 작업 중 중상을 입고 방치됐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해 이탈리아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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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칼라브리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이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이탈리아는 폭력과 야만 앞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실과 책임을 끝까지 규명하고 관련자 모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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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인 CGIL은 이번 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라고 규탄하며 농촌 지역에서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착취를 끝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촉구했다. 현지 종교계와 시민단체도 "현대판 노예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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