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재선거 불가" 속
국민의힘 "선거 무효" 강력 반발
시민단체는 '직무유기' 고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개표 중단을 거부하며 재선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를 주장하며 선거무효소송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거대한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선자와 낙선자 간의 '표 차'가 선거 무효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사무총장, 서울시 선관위원장과 사무처장, 송파구 선관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상 초유 투표용지 부족…법조계 “선거무효소송, 표차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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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보다 과실에 무게

법조계에선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형사 처벌 대상인 고의적인 '직무유기'나 부정선거라기보다는, 안일한 수요 예측에 따른 명백한 '부실 관리'이자 '과실'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신 로펌 고문 A씨는 "선관위가 사전투표율(20%)을 감안해 본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통상적인 80~90% 수준에서 50%로 대폭 줄여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명백한 선거관리상의 하자인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관리가 위법해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직무유기나 고의적인 부정선거라기보다는 부실한 관리에 따른 흠결과 과실로 봐야 한다"고 했다.

관건은 이러한 선거관리의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A씨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을 장시간 기다리게 하거나 발길을 돌리게 했다면, 이는 투표권 제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당선자와 낙선자 간의 표차보다 많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선거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1,000명인데, 1·2위 후보 간 표차가 1,000표 미만이라면 선거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거 무효 소송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했으나 대기 중 발길을 돌린 유권자에 대한 해석도 쟁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투표용지가 없다는 안내를 받고 돌아선 경우라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투표를 방해받은 경우이므로 단순 기권과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무효 가처분·민사 손해배상 '산 넘어 산'


만약 선거 무효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실제 가처분 인용이나 재선거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는 선거 무효 가처분 신청의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효력 정지 없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급박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지방선거는 신속한 소청제도와 선거소송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했다. 유권자 개인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역시 "참정권 침해를 재산상 손해로 환산하기 어렵고 별도 소송 제도가 존재해 인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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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투표용지가 추가로 현장에서 인쇄 돼 배달된 부분도 문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선거법상 당일 투표용지 추가 인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선관위가 마음대로 투표용지를 더 찍어낼 수 있다면, 이는 부정선거 주장론자들에게 강력한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선거 무효 소송에서 선관위의 잘못이 인정된 전례가 거의 없다"며 "선관위가 실질적으로 법원 중심의 조직(각급 선관위원장을 부장판사 등이 겸직)이라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미온적일 것이라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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