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 방향 한 바퀴 돌리면 정량 전하 이동…궤도각운동량·스핀 분극까지 동시 발생
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동연구…나노전자·스핀트로닉스 소자 설계 새 가능성 제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미국 연구진이 스크루처럼 꼬인 나선형 나노선이 전자를 일정량씩 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양자 펌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특히 전하 이동 과정에서 전자의 궤도각운동량과 스핀 분극까지 함께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나 차세대 나노전자소자와 스핀트로닉스 기술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UNIST는 4일 박노정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빙하이 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1차원 나선형 물질의 위상 전하 펌핑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회전하는 전기장을 가하면 나선형 나노선 내부 전하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위상 전하 펌핑' 현상을 나타낸 모식도. 전하 이동 과정에서 궤도각운동량이 생성되고, 일부는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스핀 분극으로 전환된다. 또한 전기장 방향의 주기적 변화에 따라 전자 상태가 변하면서 정량적인 전하 이동이 발생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회전하는 전기장을 가하면 나선형 나노선 내부 전하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위상 전하 펌핑' 현상을 나타낸 모식도. 전하 이동 과정에서 궤도각운동량이 생성되고, 일부는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스핀 분극으로 전환된다. 또한 전기장 방향의 주기적 변화에 따라 전자 상태가 변하면서 정량적인 전하 이동이 발생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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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나선형 구조를 가진 나노선은 고대 물을 끌어올리는 장치인 아르키메데스 펌프와 유사한 방식으로 양자 세계에서 전하를 이동시킬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 펌프가 회전 운동만으로 물을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듯, 나선형 나노선은 전기장의 방향을 천천히 회전시키는 것만으로 전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 같은 구조가 '위상 전하 펌프(Thouless quantum pump)'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위상 전하 펌프는 외부 조건을 한 주기씩 변화시킬 때 전하가 정해진 양만큼 이동하는 양자 현상이다. 일반적인 전류처럼 전압을 가해 전자를 흘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의 양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전하를 이동시킨다.


기존 위상 전하 펌프는 두 개 이상의 제어 변수를 정밀하게 조절해야 했지만, 연구팀은 나선형 구조를 이용하면 전기장 방향을 한 바퀴 회전시키는 단 하나의 조건만으로도 전하 펌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나선형 탄화수소 모델과 삼방정계 셀레늄 나노선을 대상으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전자 상태를 분석해 이러한 현상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 사진. 박노정 교수(좌측)과 에스마일 타기자데 시사크트 박사. UNIST 제공

연구진 사진. 박노정 교수(좌측)과 에스마일 타기자데 시사크트 박사. 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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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전하 펌핑 과정에서는 전자의 궤도각운동량과 스핀 분극도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가 나선형 구조를 따라 이동하면서 먼저 궤도각운동량이 형성되고, 셀레늄 나노선에서는 이 가운데 일부가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스핀 분극으로 전환됐다. 전자의 공전 운동 특성이 자전 운동 특성으로 이어진 셈이다.


박노정 교수는 "손대칭성을 가진 나노선에서 위상학적 전하 펌핑과 궤도각운동량, 스핀 분극화가 하나의 통합된 메커니즘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향후 전자와 궤도, 스핀 특성을 위상학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나노소자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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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에스마일 타기자데 시사크트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인력양성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no Letters에 지난달 13일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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