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률 오르는데 부동산은 급랭…은행권 담보회수율 '반토막'
은행 부실채권 매각 2021년 2.98조원→2025년 8.12조원
상가·대지 등 부동산 담보가치 40~50%대로 급락
하반기 은행권 NPL 비율 추가 상승 우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상업·공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연체율까지 높아지면서 담보 매각 물량은 늘고 있지만, 경매시장 침체로 낙찰가율이 떨어지면서 감정가의 반값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3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021년 말 2조9800억원에서 지난해 말(2025년 말) 8조12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상승으로 은행 건전성 문제가 대두되자 은행들이 부실채권 처분에 대거 나선 영향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의 NPL 비율은 2021년 0.5%에서 2022년 0.4%로 0.1%포인트 떨어졌지만 2023년 0.47%, 2024년 0.54%, 지난해 말 0.5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NPL 규모도 2021년 11조77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6000억원으로 4조8300억원 늘었다.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지방은 감정가 40~50%대로 급락
문제는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NPL 업체들은 주로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을 기준으로 은행에 매입 가격을 제시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낙찰가율이 떨어질수록 담보가 있는 채권이라도 낮은 가격에 넘기거나, 매각하지 못한 채 장부에 남겨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과 6대 광역시의 부동산 낙찰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법원경매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다른 광역시 아파트 낙찰가율은 2021년 95%를 넘겼으나 올해 1~4월 낙찰가율은 79.6~89.7%까지 떨어졌다. 인천의 경우 2021년 111.7%에서 올해 1~4월 81%로 3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장·근린상가·대지 등 공업 및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지역에 따라 30~40%까지 떨어진 곳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공장·근린상가·대지 낙찰가율은 2021년 103.2%, 102.8%, 90.6%였으나 지난해 100%, 71%, 74.3%까지 떨어졌다. 공장만 시세에 매각되고 근린상가와 대지는 시세의 7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1~4월에는 낙찰 건수가 1건인 공장을 제외한 근린상가와 대지 낙찰가율이 각각 77.2%, 56.3% 수준에 그쳤다. 근린상가 낙찰가율은 2021년 102.8%, 2022년 107.3%였으나 2023년 83.3%, 2024년 73.7%, 지난해 71%, 올해 1~4월 77.2%까지 하락했다. 대지도 2022년 103.1%였으나 올해 1~4월에는 56.3%까지 하락한 상태다.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의 근린상가와 대지 낙찰가율은 2021년 각각 72.8%, 101.8%에서 올해 1~4월 53.6%, 59.7%까지 떨어졌다. 인천·대전·대구·광주·울산 등의 경우에도 근린상가의 낙찰가율은 2021년 66.8~74.5%에서 올해 1~4월 41~63.7%까지 하락했다. 대지는 같은 기간 78.9~122.1%에서 36~65.9%로 급락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경매 진행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 건수가 이에 따라오지 못하면서 낙찰률이 낮아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삼일회계법인 부실채권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022년 1분기 39.1%에서 지난해 4분기 23.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같은 기간 32.8%에서 14.1%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요즘은 부동산 담보가 NPL 시장에서 제값의 50~60%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300억원이 넘는 초고액 부동산 담보의 경우에는 NPL 업체들도 받지 않아 은행들이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하반기 금리 인상…지방은행 건전성 우려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실률이 높아지고 낙찰가율·NPL 매각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역 밀착성이 높은 지방은행들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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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3월 말 지방은행의 NPL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0.11%포인트 오른 1.13%로 집계됐다. 20개 국내 은행 전체 NPL 비율인 0.60%보다 0.53%포인트, 일반은행의 0.44%에 비해 0.69%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K자형 경제성장으로 인해 전통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법원 낙찰가율과 NPL 매각가율이 회복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며 "상대적으로 지방 경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지방은행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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