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3월 2.2%→5월 3.1%
휘발유 넘어 국제항공료, 세탁비까지 영향
정부 "중동 영향 아직 제한적"이라지만
신현송 총재 "물가 정책 방향 명확해"

5월 소비자 물가가 2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쇼크'가 컸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 국제항공료, 하다못해 세탁비까지 끌어올리며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을 보더라도 정책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7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고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봄을 맞아 항공기 동체를 세척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7일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고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봄을 맞아 항공기 동체를 세척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중동전쟁 여파…석유류 충격에 3월부터 우샹향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 3.1%는 2024년 3월(3.1%)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3%에서 올해 1·2월 2.0%로 하락했으나 중동전쟁 여파가 가시화한 3월 2.2%, 4월 2.6%로 오르더니 한 달 만에 0.5%포인트 뛰었다. 가장 위협적인 상승 동력은 단연 석유류였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24.2% 급등했다. 지난달(21.9%)보다 상승폭을 한층 더 키웠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 치솟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가공식품 출고가 인하 등 공업제품 중 식품 부문(0.8%)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기름값이 이를 상쇄하며 공업제품 가격 4.2% 끌어올렸다.


석유류발 충격은 공공 서비스(1.8%) 및 개인 서비스 물가(3.7% 상승)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서 국제항공료가 전년 동월 대비 33.5% 폭등했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5년 2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여기에 5월 황금연휴에 따른 이동 수요가 맞물려 불을 붙였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빨간 날(연휴)이 많아 계절적으로 여행 관련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단체여행비 내 항공료와 유류할증료 반영분을 비롯해 국내항공료, 승용차임차료, 호텔숙박료 등 여행·숙박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택수선료와 세탁료 등 석유화학 원가 부담이 가중된 항목들이 서비스 물가를 밀어 올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0260528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0260528

원본보기 아이콘

2022년과 다르다는데…금리 인상 결정에 강력한 명분

당국은 2022년 러·우 전쟁 물가 급등 양상과는 다르다고 본다. 당시는 코로나19 직후 보복 소비라는 '수요 측면'과 전쟁이라는 '공급 측면'이 결합해 폭발적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는 것. 이 심의관은 "현재는 내수 소비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중동발 공급 충격이 주도하고 있어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외식 등 다른 분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산되는 조짐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중동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AD

그럼에도 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도 한층 두터워졌다. 신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이번에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내달 16일 열린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기업들은 고환율·고유가에 이어 고금리까지 겹치는 '삼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공급 부족 우려 속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며 거래 위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