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물가 3년10개월만에 상승폭 최고치
농산물·가공식품 안정에도…생활물가도 3.3% 껑충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오일 쇼크의 파고가 결국 국내 물가 전반을 집어삼켰다. 그간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농산물 공급 확대 등으로 버텨오던 대외 물가 압박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결국 지난달 3%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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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2024년 3월(3.1%)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2.0%대에 머물던 상승폭은 3월(2.2%), 4월(2.6%)에 이어 석 달 연속 오름폭을 키우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가 폭등을 견인한 폭탄은 단연 석유류였다. 지난달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2% 폭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주범 역할을 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기였던 2022년 7월(35.2%) 이후 3년10개월(46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이다. 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경유(33.3%)와 휘발유(23.1%) 등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가 일제히 폭등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무려 0.92%포인트에 달해 5월 물가 상승분(3.1%)의 30%가량을 혼자 밀어 올린 셈이다.

에너지 충격의 고스란히 반영된 교통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6% 급등하며 연쇄 쇼크를 증명했다. 국제항공료(33.5%)를 비롯해 연료비 상승 여파가 물류와 이동 비용 전반에 전이된 결과다.


유가발 원가 상승 압력은 개인서비스와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됐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으며, 이 중 외식 제외 서비스(4.4%)를 중심으로 한 개인서비스가 3.7% 상승해 고물가 기조의 하방 경직성을 굳혔다. 특히 중동 사태 장기화로 항공·여행 비용이 뛰면서 해외단체여행비가 26.3% 폭등했고, 보험서비스료(13.4%) 등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야외 활동이 늘어난 시즌 효과와 맞물려 오락 및 문화 물가도 5.0% 급등했다.

최근 물가 억제의 '방패' 역할을 했던 농축수산물(2.2%)과 가공식품(0.8%)은 지표상으로는 비교적 선방했다.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무(-27.5%), 배(-17.8%), 양배추(-43.9%) 등 채소·과일류의 공급이 원활했던 덕이다. 정부가 관련 기업의 담합 조사를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공식품 분야 역시 상승 폭이 0%대(0.8%)로 제한되며 정책 개입의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아지고 있다.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전체 총지수(3.1%)를 크게 웃돌았다. 유가 폭등으로 인해 식품 이외 품목(4.2%)이 크게 오른 것이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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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나란히 2.5% 상승하며 전월(2.2%) 대비 각각 0.3%포인트씩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대외적인 유가 충격이 기저의 기초 물가까지 흔들기 시작했다는 경고 신호로 풀이된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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