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항에 돈 쏟는 이유

다카이치 내각 '지방창생 2.0' 가동
지방공항에 대한 투자 확대…예산 증액 편성
민영화로 비항공수익 극대화

일본에는 100개에 육박하는 총 97개의 공항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에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이용객 급감과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음에도 일본 정부는 지방공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공항을 고사 직전의 지역 경제를 살릴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지방공항 정책은 국가 생존 전략인 '지방창생(地方創生)'과 궤를 같이한다. 인구 감소와 도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자 지역에 사람과 기업, 자본을 강제로 유입시키기 위한 교두보로 지방공항을 낙점했다. 핵심은 공항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지역 활성화의 핵심 플랫폼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공항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③교통시설 넘어 지역경제 핵심 인프라…적자여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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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베 신조 내각에서 시작한 지방창생을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최근 '지방창생 2.0'으로 확대했다. 전임 내각이 2000억엔 규모로 편성했던 예산을 올해 2500억엔으로 추가 증액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교부금을 활용해 공항을 중심으로 한 관광 연계 교통망 구축, 지역 산업 육성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창생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공항 민영화(컨세션)'다. 일본 정부는 국가나 지자체가 경직되게 운영하던 지방공항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 과감히 넘겼다. 현재 홋카이도 지역 7개 공항을 비롯해 구마모토공항 등 전국 10여개의 공항이 민간 운영 체제다.


과거의 공항이 항공기 이착륙과 여객 수송이라는 단순 기능에만 매몰됐다면, 민영화된 공항들은 터미널을 상업·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지역 관광 상품을 직접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착륙료와 관제료 등 항공 수익은 국제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렵다. 이에 공항 내에 유명 맛집 유치, 지역 특산물 판매 등 비항공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특히 공항의 수익을 평가하는 지표가 우리와 다른 영향도 크다. 일본은 지방공항의 성과를 평가할 때 항공기 착륙료 등 항공 수익만 보지 않는다. 공항 덕분에 인근 지자체의 세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관광 소비액이 지역 상권에 얼마나 침투했는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공항 자체가 적자더라도 공항으로 인해 도시 전체에 유발된 경제적 가치가 크다면 정부 교부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도도 눈여겨볼 점이다. 지방공항들은 신규 노선을 여는 해외 항공사에 착륙료 감면 등 보조금을 제공한다. 여기에 공항법인 단독이 아니라 현청(지방정부), 관광협회, 지역 상공회의소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노선 유치에 나선다. 항공사 유치를 공항의 실적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먹거리 전략'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정착된 덕분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최근 지방 공항의 기능 강화에도 나섰다. 안보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지방공항을 유사시엔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전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항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활주로 연장과 계류장 확충, 관제 시스템 현대화 등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거론되는데, 이 경우 국제선 유치에도 유리해진다.


결국 일본 정부가 지방공항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항 자체에 있지 않다. 공항을 관광객과 기업, 투자, 소비를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자 지역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왜 그 공항을 이용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지역에 관광과 산업 수요 등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공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항이 전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공항을 평가하는 지표를 세분화했기 때문에 공항 내부에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고 공항 자체가 관광 인프라가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본질은 공항 이용객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공항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명예교수는 "공항은 지역과 연계해서 지역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략적 기반시설"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공항을 어떻게 지원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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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지역공항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중앙정부, 공항공사의 의사결정을 종합하고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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