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장면 몰래 찍어 SNS에 공유
전문가 "은밀한 괴롭힘일수록 더 심각"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다른 학생이 밥 먹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이른바 '점심 망신 주기(lunch shaming)'가 새로운 사이버 괴롭힘 형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 학교 급식실에서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식사 장면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
괴롭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음식을 입에 넣거나 씹는 순간을 우스꽝스럽게 촬영하는 경우와 혼자 밥을 먹는 학생을 몰래 찍어 조롱하는 경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고등학교 4학년 크리스천 오카포어(18)는 식사 중인 자신의 모습이 30~40차례 촬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고, 밥 먹을 때 숨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같은 괴롭힘 때문에 사람들이 적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식사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무덤덤해졌지만, 여전히 다른 학생들이 같은 일을 당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다만 학교 측이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느껴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 페어필드의 한 고등학교를 최근 졸업한 니하르 파텔 역시 1학년 이후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친구가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친구는 칠면조 샌드위치를 베어 물던 순간 다른 학생들에게 사진이 찍혔고, 해당 사진은 학교 스냅챗 계정에 올라갔다. 파텔은 "그 친구는 이후 학교에서 밥을 먹지 않게 됐다"며 "평소 외모와 몸매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괴롭힘이 단순 장난을 넘어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덴마크 유니버시티 칼리지 코펜하겐의 사회심리학자 스티네 카플란 예르겐센 부교수는 점심 사진 괴롭힘이 단순히 먹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또 사진은 순식간에 촬영되기 때문에 학교 감독자들이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가장 심각한 괴롭힘은 이렇게 은밀하게 숨어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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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대 연구 담당 수석 부학장인 캐서린 브래드쇼 교수 또한 "창피한 순간을 포착하는 행동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것이 최근 들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식실은 교실보다 학생 대비 교직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감독이 어렵기 때문에 괴롭힘이 발생하기 쉬운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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