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등 핵심 통로로
반도체칩 확보 정황 드러나
"규제 불확실성 더 커질 듯"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싱가포르·중동 등 해외지역 자회사를 통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확보해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 상무부가 규제 공백을 막기 위해 나섰다.


대만 타이페이 엔비디아 본사 전경. EPA연합뉴스

대만 타이페이 엔비디아 본사 전경. EPA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 상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본사를 둔 기업에 대한 첨단 AI 칩 수출 통제를 해외 자회사까지 확대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으로의 직접 수출뿐 아니라 본사나 모회사가 중국에 있는 해외 기업들에도 판매를 막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 도입된 'AI 확산' 규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사실상 집행하지 않으면서 공백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수십만 개 규모의 AI 칩이 중국 관련 기업들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중국계 AI 기업 자회사들이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지침은 이미 설치된 AI 칩 사용이나 유지보수까지 금지하지는 않아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당장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엔비디아·AMD뿐 아니라 동남아를 거치는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더 큰 규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MD의 앞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AI 칩 시장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회가 있는 곳"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점유율은 한때 95%에 달했으나, 현재는 미국의 직접 수출 규제와 중국 정부의 자국산 반도체 사용 지침으로 인해 0%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술·국가안보 전문가이자 전 국무부 관리인 크리스 맥과이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허점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들이 라이선스 없이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구매할 수 있었다며 "이는 엄청난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미 정부에 실제로 그동안 선적된 물량과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한 확인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AI 칩 주문과 관련해 강화된 실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또 다른 허점'으로 지적했다. 미국 수출통제 규정은 TSMC가 AI 칩일 가능성이 있는 주문들에 대해 강화된 실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 같은 규정이 작동하기 위한 라이선스 요건이 대부분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TSMC에서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면 AI 칩이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고 짚었다.

AD

시장에선 이번 강화된 규제가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 경제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글로벌 AI 칩 수출 규제 초안이 발표됐던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1.8%, AMD 주가는 2.2% 하락했다. 이번에도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의 시장 반응이 1일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