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본하한 70% 상향…2028년 72.5%까지 확대
무등급 기업 대출 위험가중치 100% 적용에 부담 커져
은행권 "무등급 기업 예외 규정 필요"

내년부터 바젤Ⅲ 최종안에 따른 자본하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중소·중견기업 대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본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할 자본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건전성 규제가 충돌할 수 있다며 무등급 기업에 대한 예외 규정 마련 등을 금융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대출 막히나…은행권 "자본하한 규제에 자본 수십조 더 쌓아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바젤Ⅲ 최종안에 따라 자본하한 비율은 올해 65%에서 내년 70%, 2028년에는 7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자본하한은 은행이 자체 신용평가 모델인 내부등급법(IRB)을 사용하더라도 위험가중자산(RWA)을 표준방법 산출액의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뜨릴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쉽게 말해 자산의 위험 수준을 판단할 때 너무 낮게 계산하지 말라는 것이다. 은행들이 내부모형을 활용해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과도하게 낮게 평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등의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할 때 금융당국 승인을 받은 내부등급법(IRB)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자본하한 규제에 따라 표준방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내부등급법은 차주의 부도확률(PD)과 부도 시 손실률(LGD) 등을 반영해 위험가중치를 산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표준방법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낮게 계산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본하한 비율이 높아질수록 내부등급법의 장점은 희석된다. 내부모형이 위험을 낮게 평가해도 위험가중자산을 표준방법 산출액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부등급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이 50억원이더라도 표준방법 산출액이 100억원이고 자본하한 비율이 70%라면 실제 적용되는 위험가중자산은 70억원이 된다. 내부모형 결과보다 20억원 더 많은 위험가중자산이 반영되는 셈이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 대출이다. 현재 대기업 가운데 일부 주채무계열사만 피치 무디스 등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외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신용평가사 등급이 없는 '무등급 기업'이다. 바젤 규제상 표준방법에서는 무등급 기업에 대해 통상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하한 비율이 높아지면 은행은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RWA가 늘어나면서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자본 규모가 수십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가 생산적 금융 확대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본규제가 강화될수록 은행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규제가 강화될수록 중소기업과 지방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저위험 자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자본 적립 부담이 우려되자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무등급 기업에 대한 별도 예외 규정을 신설하거나 자본하한 규제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유예하는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ECB와 영국 등은 무등급 기업에 대해 은행의 자체 평가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등 바젤 규제보다 유연한 감독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D

중소기업 대출 막히나…은행권 "자본하한 규제에 자본 수십조 더 쌓아야" 원본보기 아이콘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엄격한 자본하한 규제가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의 65~72.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생산적 금융 지원을 위한 일정 수준의 보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전성과 금융 지원이라는 두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