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가 쏘아올린 '3.3% vs 2.3%' 물가 논쟁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새로운 물가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댈러스 연은의 절사평균 지표 역시 상대적으로 완만한 물가 흐름을 보여줬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해당 지표가 물가 압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최근 댈러스 연은은 절사평균 PCE가 근원 PCE보다 낮게 집계되는 주된 이유로 관세 영향을 받은 상품 가격 상승을 상당 부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 보는 방식 바꾸겠다는 워시 Fed 의장
양극단 값 빼는 '절사평균' 강조
단기적으로 인플레 압력 놓칠 수 있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새로운 물가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떤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Fed의 물가 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산출하는 '절사평균(Trimmed Mean) PCE' 상승률은 2.3%에 그쳤다. 같은 경제를 두고도 물가 진단이 1%포인트나 엇갈린 셈이다.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워시 의장의 발언이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데이터는 상당히 불완전하다"며 전통적인 물가 지표보다 '절사평균'과 같은 대안 지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 경제 구조 변화 시기…극단적인 가격 변동 제외한 '절사평균' 언급한 워시
워시 의장이 언급한 '절사평균 인플레이션' 지표는 무엇일까. 모든 품목의 가격 변동률을 순서대로 나열한 뒤 가장 크게 오른 품목과 가장 크게 떨어진 품목을 제외하고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댈러스 연은은 이를 활용해 PCE 지수에 특화된 '절사평균 PCE' 지표를 개발했다. 식품·에너지만 제외하는 근원 PCE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더 잘 포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극단적인 가격 변동을 배제해 경제 전반의 물가 흐름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BEA가 PCE 데이터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 댈러스 연은 역시 기존 절사평균 계산식을 수정해 가격 변동 분포에서 하위 24%와 상위 31%를 제거하는 현재 방식을 도입했다.
올해 2월에는 전화·통신장비 가격이 연율 기준 50.8% 급락했고 이사·창고·화물 서비스 가격은 384.6% 급등하자, 절사평균 PCE는 이 같은 극단적 가격 변동을 계산에서 제외했다.
워시 의장이 절사평균 PCE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관세와 인공지능(AI) 투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특정 품목 가격 변동성이 커진 점이 있다. 이는 관세나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보다는 일시적인 가격 충격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 의장이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Fed가 절사평균과 같은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한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근본적인 인플레이션"이라며 "지정학적 변화나 소고기 가격 급등에 따른 일회성 가격 변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물가 과소평가 지적도…불편한 물가 지우려는 목적이면 안 돼
하지만 절사평균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2021년 코로나19 시기처럼 경제 구조 변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국면에서는 물가를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Fed를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은 물가 상승을 일시적(transitory) 현상으로 판단했다. 댈러스 연은의 절사평균 지표 역시 상대적으로 완만한 물가 흐름을 보여줬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해당 지표가 물가 압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최근 댈러스 연은은 절사평균 PCE가 근원 PCE보다 낮게 집계되는 주된 이유로 관세 영향을 받은 상품 가격 상승을 상당 부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절사평균과 중앙값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유용한 추세 지표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는 관세나 에너지 가격 충격처럼 경제 전반에 파급되는 요인을 단순한 이상치로 간주할 경우 "물가 상승세를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통계 기법이 아니라, 관세와 지정학적 충격이 잦아지는 시대에 Fed가 물가 상승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통화정책 철학의 문제라고 WSJ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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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ed 이코노미스트인 리카르도 트레치는 "문제는 Fed가 가격 충격을 '일시적 요인으로 보고 정책 대응을 자제한다(look through)'는 원칙을 일관된 정책 프레임워크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불편한 물가 지표를 무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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