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주차장 규제 또 푼 非아파트…현장선 "인프라·대출부터 손봐야"[부동산AtoZ]
2030년까지 수도권 비아파트 11만가구 공급
주차장·일조권 완화, 체육시설·어린이집 면제
주거 질 외면한 'MB식 소형주택' 전철 우려
공급 속도 중요하지만 주거 여건 함께 따져야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줄고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실 상가·오피스 리모델링 등을 통해 수도권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만 전세사기 이후 커진 불신과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데다 과거 도시형생활주택 확대 과정에서 불거진 주차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아파트 활성화 위해 규제 빗장 푼 정부
3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에서 2030년까지 비아파트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30년까지 7만7000가구 인허가를 목표로 잡았고, 공실 상가·오피스 등을 원룸·오피스텔로 바꾸는 물량도 3만3000가구 이상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의 세대수와 층수 제한, 일조권 기준, 주차장 규제 등을 완화하기로 했다. 반경 300m 안에 주민체육시설·경로당·어린이집 등 비슷한 시설이 있으면 주민공동시설 설치 의무도 면제한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다시 꺼낸 것은 2022~2023년 아파트 착공 부진으로 향후 공급 공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도심 자투리땅이나 업무지구 인근에서 비교적 빨리 공급할 수 있다.
대출 규제·빌라 기피 겹쳤는데…비아파트 공급만 늘리나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6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기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은 50.7%, 서울은 49.8%였다. 2022년 30%대 후반이던 아파트 월세 비중이 3년 만에 절반 안팎까지 올라온 것이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로, 전셋값 상승률 2.5%를 크게 웃돌았다.
그동안 빌라·오피스텔은 아파트 전세 물건이 줄어들 때마다 임대차 시장의 완충재 역할을 해왔다. 1·2인 가구와 청년층, 신혼부부가 아파트보다 낮은 비용으로 도심에 거주할 수 있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크게 느끼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비아파트 전세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빌라를 주로 중개하는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물건까지 거래가 막히고 있다는 호소도 나온다. 서울 관악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 금융에서도, 충분히 안전장치를 갖춘 거래조차 현장에서 과도하게 거절되고 있다"며 "선순위 말소 조건 등 명확히 가능한 안전한 업무절차가 있는 거래임에도 은행에서는 일괄적으로 회피하거나 거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만큼 금융권의 보수적 심사는 불가피하지만, 비아파트 전체를 위험 자산처럼 취급하면 청년과 신혼부부의 선택지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공급도 크게 위축됐다.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15년 약 22만6000가구에서 지난해 약 3만3000가구로 10년 만에 85% 줄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12년 전국에서 최대 12만가구, 수도권에서 7만4000가구까지 공급됐지만, 부동산 PF 위기와 분양성 저하 등으로 2023년 이후에는 5000가구 안팎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공화국'의 그늘…주차장 뺀 'MB식 소형주택' 악몽 잊었나
공급 위축이 심해지면서 이를 되살릴 필요성은 커졌지만, 물량 확대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과 주민공동시설 기준이 완화되면서 좁은 필지에 빠르게 들어섰다. 하지만 주차장·공원·어린이집 같은 생활 인프라는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이후 골목 주차난과 주거 환경 악화 논란이 커졌고, 노후화한 일부 비아파트는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전세사기에 취약한 물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거시장이 아파트 중심으로 굳어진 점도 비아파트 회복을 어렵게 하는 배경이다. 199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전국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22%대였고, 단독주택 비율은 66%였다. 하지만 2024년 통계청 발표 기준 전국 총주택 1987만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1297만가구로 65% 수준까지 늘었다. 세종은 87.4%, 광주는 81.8%로 아파트 비중이 이미 80%를 넘었다. 주택 유형은 다양하지만 실제 수요와 자산 인식은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
일선 인허가 현장에서는 단순히 빌라와 도시형생활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구청 주택 담당자는 "빌라 수요를 되살리려면 주차장, 공원, 어린이집 같은 생활 인프라가 함께 확충돼야 하는데 이 부담을 자치구가 떠안기는 쉽지 않다"며 "공급 속도를 높이려고 주차장 등 기반시설 기준을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물량이 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거 도시형생활주택처럼 주차난과 주거 환경 악화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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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만으로 단기간에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과거처럼 규제 완화로 물량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비아파트를 전세난의 보완재로 되살리려면 대출·보증 체계뿐 아니라 주차, 방음, 관리, 생활 인프라 기준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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