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수 1.3% 늘었지만…학습참고서 30% 늘고 문학 6% 줄었다
출협 '2025년 출판생산 통계'발표
신간 6만4991종·7302만부 발행
일반 독서 분야는 종수 늘고 부수 감소
책의 종류는 줄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나온 신간은 6만4991종이었다. 2018년 6만3476종보다 오히려 많다. 그러나 찍어낸 부수는 같은 기간 1억174만부에서 7303만부로 줄었다. 7년 사이 2871만부, 28.2%가 빠졌다. 한국 출판시장의 문제는 책이 덜 만들어지는 데 있지 않다. 만들어진 책이 예전만큼 팔리고 읽히지 않는 데 있다.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5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간 발행 종수는 6만4991종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발행 부수도 7302만8500부로 1.3% 늘었다. 평균 정가는 1만9897원으로 전년보다 1.9% 올랐다.
겉으로 보면 생산 지표는 반등했다. 신간 종수와 발행 부수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가분을 끌어올린 것은 일반 단행본 시장이 아니라 학습참고 분야였다. 학습참고 도서는 지난해 발행 종수가 전년보다 94.9%, 발행 부수가 30.2% 늘었다. 전체 신간 종수에서 학습참고가 차지한 비중은 4.5%에 그쳤지만, 발행 부수 비중은 23.8%로 모든 분야 중 가장 높았다.
반대로 일반 독서 시장을 이루는 분야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문학은 지난해 신간 발행 종수 비중이 22.4%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발행 부수 비중은 12.4%에 그쳤다. 전년 대비 종수는 3.3% 늘었지만 부수는 6.0% 줄었다. 아동 분야도 종수는 3.1% 증가했으나 부수는 5.8% 감소했다. 철학은 종수가 4.3% 늘고도 부수가 13.7% 줄었다. 사회과학 역시 종수는 0.9% 늘었지만 부수는 0.1% 감소했다.
한마디로 책의 '가짓수'는 유지됐지만, 한 종이 감당하는 시장 규모는 작아졌다. 출판사가 더 적은 독자층을 상대로 더 많은 종류의 책을 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간 종수는 2016년 이후 6만종 안팎을 유지해왔다. 반면 발행 부수는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학습참고 분야 증가에 힘입어 소폭 반등했다. 출판 생산 전체가 회복됐다기보다 특정 분야가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성인 독서율 하락 속에서도 신간 종수와 부수가 소폭 반등했으나, 이는 학습참고서 급증에 따른 착시 효과로 나타났다. 문학·아동 등 일반 단행본 시장이 위축되며 주요 출판사 매출이 감소한 반면, 20대를 중심(59.4%)으로 전자책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며 출판 시장의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출판문화협회
원본보기 아이콘독서 수요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였다.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에 일반도서를 한 권도 읽거나 듣지 않았다는 의미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2.4권으로 2023년 조사보다 1.5권 줄었다. 평일 하루 평균 독서시간도 18.2분에 그쳤다.
독서율 하락은 종이책 시장에 더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성인 종이책 독서율은 28.8%였다. 반면 20대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19~29세의 종합독서율은 75.3%였고,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 45.1%를 앞섰다. 독자가 사라졌다기보다 독서 매체와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출판시장 매출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출협의 '2025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주요 72개 출판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약 4조853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총영업이익은 약 1370억원으로 13.4% 감소했다. 단행본 분야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11.9% 줄었다. 교육도서 분야도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29.5% 감소했다.
반면 전자출판 플랫폼은 매출이 늘었다. 2025년 주요 전자출판 플랫폼 기업 12개사의 매출액은 약 1조5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익은 2024년 약 50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약 30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디지털 독서와 웹 기반 콘텐츠 소비는 커졌지만, 플랫폼 성장도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번역도서 감소도 출판시장의 또 다른 신호다. 지난해 번역도서 발행 종수는 9663종으로 전년보다 5.8% 줄었다. 2019년 1만2314종과 비교하면 21.5%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만화가 2693종으로 가장 많았고, 문학 1810종, 아동 1332종 순이었다. 번역도서는 판권 비용, 제작비, 예상 판매량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분야다. 발행 종수 감소는 출판사가 해외 콘텐츠 도입에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신간 평균 정가는 1만9897원으로 2만원에 가까워졌다. 2016년 1만7007원과 비교하면 17.0% 올랐다. 분야별로는 기술과학 2만7346원, 사회과학 2만5732원, 자연과학 2만4796원, 학습참고 2만4424원 순으로 높았다. 특히 학습참고 분야 평균 정가는 전년보다 54.8% 뛰었다. 책값 상승은 제작비와 종이값, 인건비 상승의 결과지만, 독서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구매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한다.
19~29세의 종합독서율은 75.3%였고,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 45.1%를 앞섰다. 독자가 사라졌다기보다 독서 매체와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전자책 크레마.
원본보기 아이콘출판사 수의 증가도 시장의 활력을 그대로 뜻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된 영업 중 국내 출판사는 8만5689개사였다. 전년 8만1161개사보다 늘었다. 그러나 2025년 발행 도서를 출협에 납본한 출판사는 5766개사였다. 등록 출판사는 늘었지만 실제 신간 생산에 참여한 출판사는 일부에 머물렀다.
결국 지난해 출판 생산 통계의 핵심은 '책이 얼마나 나왔나'가 아니라 '어떤 책이 시장을 떠받쳤나'에 있다. 신간 발행 종수와 부수는 모두 늘었지만, 부수 증가를 이끈 분야는 학습참고였다. 문학과 아동, 철학, 사회과학은 종수가 늘어도 부수가 줄었다. 주요 출판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고, 성인 독서율도 하락했다. 종이책 중심의 일반 독서 시장은 줄어드는 가운데, 학습참고와 디지털 콘텐츠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판산업의 외형을 지탱하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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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협은 이번 통계를 매년 발간하는 '한국출판연감'에 수록할 예정이다. 통계는 출협에 납본된 자료를 바탕으로 신간 발행 종수, 발행 부수, 평균 가격, 번역도서 종수, 출판사 수 등을 집계·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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