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석탄화력의 은퇴…푸른 풍력의 첫출근[디깅에너지]
스페셜리스트리포트
석탄화력 폐쇄로 지역 위기 우려
서부발전 '청정에너지 단지' 제시
해상풍력·태양광 메카 변모 자신감
양육점·O&M 부두 인프라 갖춰
해상풍력 건설비 1조원 절감 기대
주민 수익 공유 금융 구조 눈길
지난달 18일 찾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10호기와 국내 유일의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1기가 있는 곳이다.
태안발전본부는 지난해 12월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500㎿ 규모)가 30년간 운영을 끝으로 발전을 종료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야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이 차례로 이곳을 찾았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전환'이 성공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태안화력발전소는 1호기에 이어 2037년까지 전체 10호기 중 8호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서 동일한 용량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대체 건설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대체 발전소들이 태안이 아닌 다른 곳에 지어진다는 점이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수백명의 직원들과 협력 업체 직원들의 일자리가 당장 이슈로 떠올랐다.
태안군은 고용과 소비, 지방 세수 감소로 인한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태안군에 제출된 '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 영향 조사 연구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40년까지 태안군이 입게 될 누적 피해 규모는 약 12조764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탄 부두를 해상풍력 배후 항만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에너지 전환과 연계한 대체 산업 육성이다. 태안발전소 운영 주체인 서부발전은 '지역 상생 청정에너지 단지'로 탈바꿈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확정됨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 인프라를 활용해 태안을 해상풍력과 태양광의 메카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태안화력 1, 2호기 터빈동에 들어서자 소음을 내며 가동 중인 2호기와 달리 1호기 터빈 설비는 조용했다. 시설 곳곳에 '운휴 설비'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어 폐쇄 발전소임을 실감케 했다. 터빈동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석탄 하역 부두가 한눈에 들어왔다. 해외에서 배로 싣고 들어온 석탄을 내린 뒤 각 발전소로 옮기는 컨베이어벨트도 눈에 띄었다.
"저곳이 바로 해상풍력 케이블 양육점과 운영 및 유지보수(O&M) 센터로 활용될 장소입니다." 안내를 맡은 소동욱 서부발전 풍력사업실장이 부두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부발전은 태안발전본부가 위치한 원북면 해안가에서 약 40㎞ 떨어진 격렬비열도 인근 바다에서 총 1.4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생산한 전기를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육지로 보내야 한다. 이때 해저 케이블과 육지 전력망을 연결하는 공동접속설비를 양육점이라고 한다. 태안군 앞바다의 대부분은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태안발전본부는 그렇지 않다. 주위에 민간 시설도 없어 양육점이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상풍력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운영과 유지보수를 위한 시설도 육지에 지어야 한다. 이를 O&M 센터라고 한다. 태안발전본부는 O&M 설비가 들어설 부지도 확보해둔 상태다. 발전소 부지를 해상풍력 O&M 부두로 활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소 실장은 "태안발전본부는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양육점과 O&M 부두, 전력 계통 등 핵심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를 활용한다면 해상풍력 건설에 드는 비용 중 1조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발전은 태안 앞바다에서 태안해상풍력(500㎿), 서해해상풍력(495㎿), 가의해상풍력(400㎿) 등 3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월 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를 열고 이 3개 프로젝트를 포함한 태안군 서쪽 인근 해역을 해상풍력집적화단지로 조건부 지정했다. 일부 해역에서 군작전성 협의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태안 앞바다는 평균 풍속 7m/s 이상으로 발전 효율이 우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개 사업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태안해상풍력이다. 싱가포르의 뷔나에너지와 덴마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태안해상풍력은 2024년 12월 정부의 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9년 말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공유수면 점·사용료 허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 독일의 RWE가 주도하는 서해해상풍력과 대명에너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가의해상풍력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석탄회처리장·간척지는 태양광발전소로
태안발전본부 전망대에서는 인접한 이원호 수상태양광과 햇들원태양광 발전단지도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상태양광은 이원방조제 인근의 담수호인 이원호에 설치된 것으로 총 43㎿ 용량이다. 60㎿ 규모의 햇들원태양광발전소는 염해농지 부지를 활용해 조성했다.
두 발전소 모두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형태의 이익공유형 모델로 개발됐다. 특히 햇들원태양광은 주민들이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수익 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구조로 설계됐다.
주민 참여분에 해당하는 총사업비(약 897억원)의 4%(약 36억원) 자금을 주주사가 조달하고 그 이자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햇들원태양광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실제 주민 참여 금액은 0원이지만 발전수익은 20년간 지역 주민에게 배분된다. 서부발전은 향후 해상풍력에도 이익공유형 모델을 적용해 주민 참여와 지역 수익 공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부발전은 발전소 2회처리장을 이용해 100㎿ 규모의 태양광을 조성할 계획이다. 회처리장이란 석탄 연소 후에 남은 석탄재(석탄회)를 매립·처리하는 시설이다. 석탄발전이 폐쇄됨에 따라 필요한 회처리장 부지도 줄어들게 되면서 그 부지를 태양광발전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원간척지를 활용한 500㎿ 규모 태양광발전소도 추진되고 있다. 이외에 수입한 석탄을 보관하는 저탄장 일부도 태양광발전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안발전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의 설비 용량을 모두 합하면 2GW에 달한다.
전력계통 확보 장점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재생에너지 단지로 전환할 경우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미 전력계통(송전선로·변전소)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태안발전본부에서 생산한 전기는 345㎸(킬로볼트) 송전망을 이용해 신당진 변전소 및 신서산 변전소로 보내진다. 이 송전망을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소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태안 1~4호기가 폐지되는 2029년 말에는 계통에 2GW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또 6호기까지 폐지되는 2032년에는 3GW, 8호기가 폐지되는 2037년에는 4GW까지 계통 여유가 늘어난다. 새로 건설하는 재생에너지를 준공 즉시 계통에 연결해 전기를 보낼 수 있게 된다.
한편,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직무 전환도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태안화력 1호기 근로자는 총 129명으로 서부발전 근로자는 대체복합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로 전원 재배치됐다. 협력사 근로자 64명도 발전소 내에 전환 배치되거나 타 사업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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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 관계자는 "올해 말 폐지 예정인 태안화력 2호기 근로자는 176명"이라며 "서부발전 근로자 93명은 노사 협의에 따라 수립된 인사 기준에 따라 전원 재배치할 계획이며 협력사 근로자 83명에 대해서도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협력사와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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