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서 에볼라 유행 발생…17번째
이달 확인 후 에볼라 의심 사망 230명 넘어
주변국 국경 막고 입국 제한하고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으로 갈 가능성은 낮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는 현재 질병과 분쟁이 파국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가 말하는 것은 내전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행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에볼라 유행이 심상치 않다. 초기 감지가 늦어진 데다 내전과 의료 물자 부족까지 겹치면서 방역 대응이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내전으로 인해 감염자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WHO는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WHO가 규정한 '대유행(Pandemic, 팬데믹)'에는 한 단계 못 미치는 조치다. 아프리카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발병 지역 입국자를 격리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에볼라 유행에 국경 막고 입국 제한…대응에 나선 국제사회= AP통신은 우간다가 민주콩고와 맞닿은 국경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자국 내 에볼라 확진자가 나오자 황급히 국경을 막아섰다. 국경 간 통행은 인도주의적 사유나 안보상의 이유 등에 따른 일부 비상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여기에 민주콩고에서 입국한 사람은 반드시 21일간 의무 격리를 거치도록 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방불케 하는 조치다.
유럽에서도 에볼라 경계령이 떨어졌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유럽 일반 인구의 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의료기관 대비와 감시 강화를 권고했다. 영국은 민주콩고의 에볼라 대응을 위해 최대 2000만파운드의 신규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주 사이 민주콩고와 우간다, 남수단을 방문한 비시민권자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21일 이내 이들 국가에 체류한 합법 영주권자까지 입국 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또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이어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국제공항 등을 지정 입국 공항 목록에 추가했다. 발병 지역에서 돌아오는 미국 여권 소지자는 지정된 검역 구역에서 체온 측정과 여행 이력 확인, 증상 추적 등의 절차를 거쳐야 입국할 수 있다.
캐나다도 입국 제한에 나섰다. 발병 국가 거주자의 입국을 지난 27일부터 90일간 금지하기로 했다. 캐나다 공중보건청은 최근 몇 주 사이 감염 영향 지역에 체류한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기타 외국 국적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21일간 격리해야 하는 방안을 30일부터 적용한다.
한국은 검역을 강화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에볼라 유입을 선제적으로 막고 재외국민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5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해외유입 상황 평가회의'를 열었다. 또 에볼라 중점 검역 관리지역에 기존 민주콩고와 우간다, 남수단에 더해 에티오피아와 르완다를 추가 지정했다.
국제사회에 에볼라 창궐의 공포가 커진 것은 2014~2016년 서아프리카 대유행 영향이 크다. 당시에는 약 2만8600명 이상이 감염됐다. 초기 대응 지연과 현지 의료 체계 미비로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어 퍼졌다.
◆2014년 악몽 떠올리게 하는 이번 유행…초기 감지 지연 닮아= 이번 에볼라의 확산은 과거보다 더욱 막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콩고 동부의 내전이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볼라 유행이 확인됐거나 접촉자가 파악된 이투리주와 북키부주·남키부주는 M23 반군과 정부군, 각종 무장세력의 충돌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AP통신은 민주콩고 동부의 불안정한 치안과 취약한 보건 인프라가 에볼라 대응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번에 퍼진 에볼라가 '분디부교형(Bundibugyo)'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지금까지 주요 유행을 일으켰던 '자이르형(Zaire) 에볼라'와 달리 아직 승인된 전용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보건장관들과의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유행을 뒤쫓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유행이 우리의 대응을 앞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분디부교형 유행의 치사율은 30~50%에 달했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비말이나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병이 아니어서다. 주로 혈액·체액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콩고에서만 17번째 발생한 에볼라…사망자만 벌써 200명 넘어= 이번 에볼라 유행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5일 WHO가 민주콩고 북동부 이투리주에서 의심 사례 신호를 접수한 후 조사팀을 파견해 확인에 들어갔다. 처음 현장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이후 검체를 국립생의학연구소(INRB)로 보내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15일 일부 샘플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1976년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이후 민주콩고에서만 17번째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에볼라가 빠르게 확산하자 WHO는 지난 17일 PHEIC를 선포했다. 이는 팬데믹 비상사태 전 단계의 경보다. 국경을 넘는 공중보건 위험을 초래하고 국제사회의 조율된 대응이 필요한 이례적인 감염병 유행에 발령된다. 또 지난 22일 긴급회의를 열어 위험평가를 진행했다. 민주콩고 내 위험을 '매우 높음', 우간다 내 위험을 '높음'으로 정했다. 다만 WHO 긴급위원회는 이번 유행이 PHEIC에는 해당하지만 팬데믹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7일 기준 민주콩고 정부 집계에서 민주콩고 내 확진 사례는 121건, 의심 사례는 1077건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확진 사망 17명과 의심 사망 238명이다. 우간다에서도 확진 7건과 사망 1건이 보고됐다. 민주콩고와 우간다를 합산한 의심·확진 사례는 1200건을 넘었고 사망자는 256명으로 집계됐다.
감염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아나이스 르강 WHO 바이러스성 출혈열 기술책임자는 이달 21일 브리핑에서 희귀한 분디부교형 에볼라가 지난 15일 혈액 샘플에서 확인되기 전까지 두어 달 동안 지역사회에서 퍼지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확진 사망자는 지난달 20일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총알 다 떨어진 개미들 어쩌나"…삼전·닉스, 또 ...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처음 확인됐다. 당시 지금의 남수단 은자라·마리디 지역과 콩고민주공화국 야부쿠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출혈열 유행이 발생했다. 바이러스 이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 인근에서 따왔다. 감염자는 보통 바이러스 노출 후 2~21일 사이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발열과 피로감, 근육통, 두통, 인후통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이후 구토와 설사, 복통, 발진, 간·신장 기능 저하로 악화될 수 있다. 중증 환자에게는 원인 불명의 출혈과 장기 손상, 의식 혼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