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모젤 리슬링 명가 '닥터 루젠'… 6대째 가족 경영
"포도 따기 전부터 명확한 와인 모습 그려야"

"좋은 페어링이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즐기는 것이다"


독일 모젤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닥터 루젠'의 에른스트 에르니 루젠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르몽뒤뱅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위대한 와인은 머릿속에서 시작된다"며 "포도 한 송이를 따기 전부터 와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는 것이 닥터 루젠 양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닥터 루젠를 수입하는 아영FBC의 주최로 마련됐다.

'닥터 루젠'의 에른스트 에르니 루젠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르몽뒤뱅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제공.

'닥터 루젠'의 에른스트 에르니 루젠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르몽뒤뱅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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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주로 생산되는 리슬링 품종은 '화이트와인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산미와 신선함을 자랑한다. 높은 산미 덕분에 수십 년 동안 장기 숙성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화이트와인이다.


닥터 루젠은 '리슬링의 명가'로 불릴 정도로 글로벌 리슬링 마스터스에서 최고 등급 수상 와인을 배출하는 등 리슬링 품종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와이너리로 평가를 받아왔다. 닥터 루젠은 1800년대 초부터 200년 넘게 가문이 운영해온 와이너리로 6대째 이어지는 동안 가족 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닥터 루젠은 평균 60년, 최대 130년 수령의 접붙이지 않은 포도나무를 바탕으로 연간 3만5000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 업계에서 '리슬링의 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에르니는 1988년 가업을 이어받은 뒤 수확량 감축과 화학비료 사용 중단, 엄격한 수확 선별 등을 도입해 모젤 리슬링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닥터 루젠은 엔트리급 와인을 제외하고 모든 와인을 전통적인 방식인 '오크통 숙성'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 화이트와인은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짧은 기간 숙성한 뒤 병입 숙성을 시키는 양조 방식이 느는 추세다. 하지만 닥터 루젠은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숙성할 경우, 산도가 올라가는 리슬링의 특성을 고려해 오크통 숙성을 유지하고 있다.


에르니는 "오크통에서 숙성하게 되면 미세하게 산화가 되면서 복합미가 전해진다"며 "산도가 높은 리슬링 와인은 오크통에 들어가면 서서히 산화돼 조화로워진다"고 설명했다.


'닥터 루젠'의 주요 와인. 아영FBC제공.

'닥터 루젠'의 주요 와인. 아영FB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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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에서는 경험한 닥터 루젠의 화이트와인은 모두 뛰어난 산미와 신선함이 특징이었는데, 같은 품종인데도 와인마다 각각의 색다른 맛을 뽐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닥터 루젠 블루 슬레이트 리슬링 드라이 2022'는 높은 철분 함량을 가진 블루 슬레이트 토양에서 자란 리슬링을 사용했는데, 상큼한 첫맛 뒤에 약간의 묵직함이 느껴졌고 산도가 다른 리슬링에 비해 높지 않아 튀지 않는다는 장점이 명확했다.


'닥터 루젠 레드 슬레이트 리슬링 드라이 2019'는 마시자마자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져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톡톡 튀는 맛이 일품이었다. 참다랑어와 함께 페어링했는데, 강렬한 와인의 맛은 점점 사그라지면서 음식의 풍미를 높였다.


'닥터 루젠 벨레너 존넨우어 리슬링 임 라이헨 GGR 2015'는 화이트와인임에도 꽤 묵직함이 느껴졌는데, 스파이시하고 복합적이면서 섬세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10년 이상 잘 숙성된 리슬링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기름(휘발유) 냄새와 꿀 향기가 섞여서 올라왔고 생선 요리와 궁합이 잘 맞았다.


'닥터 루젠 에르데너 프랄라트 리슬링 드라이 GG 리저브 2014'는 한 해 3000병만 생산하는 와인답게 다른 와인과 달리 강력한 퍼포먼스를 뽐냈다. 잘 숙성된 리슬링 와인답게 기름 냄새와 함께 꽃향기가 느껴졌고 산뜻하면서도 묵직한 맛과 크리미한 긴 여운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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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니는 "리슬링 와인은 독일의 김치라 불리는 사우어크라우트와 조합이 잘 맞는다"며 "한국의 김치는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리는 리슬링과도 더 잘 맞을 것 같다. 한국은 매운 음식과 발효 음식, 해산물 등 다양하고 정교한 식문화를 갖춘 시장이어서 산미와 미네랄 감이 풍부한 모젤 리슬링이 페어링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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