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재고 동났다" 엑손·셰브론 등 석유업계 경고음
'시장 완충 장치' 석유 재고 소진중
에너지 위기, 전략적 비축수요 자극
美정부 "전쟁 끝나면 매우 빠르게 하락"
엑손·셰브런 등 주요 석유업계 임원들이 '시장 완충 장치'를 해온 석유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파장을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에너지 위기가 앞으로 각국 정부의 전략적 원유 비축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열린 '번스타인 콘퍼런스'에서 "완충 장치와 충격 흡수 장치 계속 소진되고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의 능력도 극적으로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몇 주 안에 압력이 현물 가격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6~7월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스 CEO가 언급한 완충 장치는 전쟁 이전에 축적해 둔 원유 재고와 미국 전략비축유(SPR) 방출,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제재 대상 원유 공급이다. 유가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상승한 배경이다. 이마저도 전쟁이 지속되면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분쟁으로 줄어든 원유 공급량은 하루 1200만~1300만 배럴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각국의 원유 비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가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파괴된 중동 석유·가스 인프라 피해 복구에 필요한 수백억달러의 비용도 유가를 높이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다만 그는 "경제둔화나 경기침체 시 수요 상쇄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닐 채프먼 엑슨모빌 수석부사장도 "전례 없는 수준의 재고 감소에 접근하고 있다"며 "정말, 정말 낮은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이 2주 후인지 3주 후인지 논쟁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거기에 도달하면 가격은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프먼 수석부사장은 향후 수주 내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하면 현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현재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7월물은 92~93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종전 협상 합의와 관련해 낙관적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100달러대 이하로 내려왔다.
비슷한 경고는 연달아 나오고 있다. 술탄 알 자베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CEO는 지난 21일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행사에서 "호르무즈 봉쇄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충격을 촉발했다"며 "지금까지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이 사라졌고, 봉쇄가 이어질 때마다 매주 약 1억 배럴이 추가로 시장에서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 즉시 끝나도 원유 수송량이 정상의 80%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완전 정상화는 내년 1~2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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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전쟁이 끝나면 유가와 물가가 조속히 정상화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전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 전쟁이 끝난 뒤 유가와 가스 가격이 "매우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이후 석유 시장은 매우 충분한 공급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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