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라디오서 봉하마을 '일베인증' 논란 진단
"사이트 막아도 한계…집단혐오 규제 필요"

정치철학자인 김만권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가 최근 봉하마을에서 불거진 이른바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인증' 논란과 관련해 "일베의 문법이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베 사이트 폐쇄 논의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혐오와 조롱을 제도적으로 규율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23일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을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페이스북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23일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을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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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따르면 김 교수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당일 봉하마을에서 불거진 '일베 인증' 논란에 대해 "우리 역사와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국민이 이뤄낸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너무 깊어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일베의 문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숨겨져 있던 조롱, 혐오, 차별, 비하가 사회 전면으로 나와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단계"라며 "그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베가 주로 공격해온 대상으로 여성, 호남, 좌파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들이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집단'으로 묶여 비하돼 왔다며 이러한 논리가 극우 세력의 주장과 결합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일베 사이트 폐쇄가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현재 우리 법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일베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 혐오와 비하, 조롱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이용자들은 다른 사이트로 다 떠났다"며 "혐오와 조롱, 비하를 하는 집단들이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일베 사이트 하나를 폐쇄한다고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문제를 일으키는 공간으로 펨코(에펨코리아) 같은 커뮤니티가 거론된다"며 "이용자들이 다양한 커뮤니티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특정 사이트 하나를 폐쇄하는 방식만으로는 혐오 문화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이트 폐쇄보다 집단 혐오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법률에는 집단 혐오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고 혐오에 대한 규정도 없다"며 "개인의 명예훼손으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집단을 향한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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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혐오의 본질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향한 공격으로 드러난다"며 "어떤 집단을 보호할 것인지 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판례를 축적해 나간다면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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