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등 돌린 카카오 노사, 마지막 기회마저 잃을라
AI 플랫폼으로 체질 바꿀 중요한 시기
카카오가 노사 간 임금교섭 결렬로 창사 이래 첫 파업 기로에 놓였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보상 체계를 포함한 임금 갈등이 원인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카카오 경영진과 노조 간 무너진 신뢰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진이 직원들과 비교해 대규모 보상을 받는 등 불균형한 보상 지급이 이뤄지는 와중에 사측이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였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문제는 카카오 내외부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았지만 카카오는 경쟁사 대비 AI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시장이 좁은 내수 플랫폼에 사업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할 때 카카오 주식은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경영진은 문제를 인식하고 쇄신에 매달렸다. 정신아 대표는 비주력 계열사 정리 작업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섰고, 그 결과가 지난해 거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매각과 두나무 지분 정리로 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도 충분히 확보했고, 카카오톡을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은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 초과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미흡한 대응, 일부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은 사내 불신을 키웠다.
노사 간 갈등이 불붙은 지금은 지난 10여년 동안 메신저 플랫폼 틀에 갇혀 있던 카카오가 AI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꿀 중요한 시기다. 모두가 AI로의 체질 전환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강행으로 핵심 AI 서비스 개발이 잠시라도 멈춘다면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다. 카카오 생존 여부가 달린 문제인 것이다.
노사 간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노사가 계속 서로를 믿지 못하면 파업을 목전에 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카카오는 직원들의 불만을 귀 기울여 듣고 진정성 있는 교섭 태도를 보여야 한다. 노조 역시 안팎의 엄중한 상황을 인식해 무리한 요구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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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노사 합의가 불발된 뒤 사내 게시판에 "우리는 결국 카카오 안에서 함께 일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 크루"라고 적었다. 카카오는 수평적 소통과 공동체 의식을 위해 서로를 크루라고 부르는 기업 문화가 있다. 크루들을 태운 배가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지, 그대로 멈춰 표류할지는 그들의 신뢰 회복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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