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매도 폭탄' 우려 덜었지만 또 다른 불안 있다…장기적 분산투자 약화 시험대
5차 국민연금 기금위…자산군 비중 조정
해외·대체투자 등 줄이고 국내주식 비중↑
"조정시 국민노후자금 변동성 위험 커져"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높이면서 증시가 우려하던 대규모 매도 압력은 일단 완화됐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기존 허용범위를 크게 넘어선 상황에서 목표비중을 현실화하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까지 한시적으로 넓힌 결과다.
다만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불안도 안고 있다. 국내주식을 덜 팔기 위해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비중을 모두 낮췄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충격을 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 노후자금의 분산투자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조 매도 부담 낮췄다…SAA 확대폭은 비공개
이달 코스피가 8000선마저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초과 보유분이 200조원 안팎까지 불어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기금위 결정으로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높아지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되면서, 해당 물량이 단기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기존 기준에서는 매도 압력을 받던 물량이 새 목표비중과 확대된 허용범위 안으로 상당 부분 흡수됐기 때문이다. 다만 SAA 허용범위는 시장 안정과 기금운용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조치의 핵심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더 산다'가 아니라, '국내주식을 급하게 팔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 공간을 넓혔다'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주식 지키려 줄어든 해외주식·채권
문제는 국내주식 비중을 높인 만큼 다른 자산군의 몫이 줄었다는 점이다. 2026년 자산배분 조정안에서 국내주식 비중은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늘었다.
반대로 해외주식은 37.2%에서 34.7%로 2.5%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채권은 24.9%에서 23.1%로 1.8%포인트, 대체투자는 15.0%에서 14.0%로 1.0%포인트, 해외채권은 8.0%에서 7.4%로 0.6%포인트 줄었다. 국내주식 증가분 5.9%포인트를 나머지 4개 자산군이 나눠 부담한 구조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낮아지면 연기금 수급을 걱정하던 개인투자자 심리도 안정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관투자가 중 하나여서 목표비중 변화만으로도 시장 해석이 달라진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 주식의 매력과 리스크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비중의 상향이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연기금 위험 분산 원칙 우려…해외 연기금 사례는
다만 국민연금 가입자 관점에서는 질문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주식은 한국 증시와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채권은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대체투자 역시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장치다. 이러한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가 국내주식 흐름에 더 민감해진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가 계속 오르면 수익률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정장이 오면 국민 노후자금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이 '매도폭탄' 우려를 낮춘 동시에 분산투자 다양성을 일부 희생한 조치로 평가되는 이유다.
해외 연기금 사례를 봐도 국민연금의 자국 편향은 가볍지 않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요 연기금으로 소개하고 있는 5개국만 살펴보면, 먼저 일본 GPIF는 전체 자산 기준 자국 주식 목표비중을 25%로 두고 있다. 미국(CalPERS)은 자국 주식 비중이 60%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여기에는 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돼 있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해외투자의 매력도가 적다. 또한 미국·일본 주식시장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고려하면 절대비중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상대적으로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노르웨이의 경우(GPFG), 철저한 위험 분산 원칙에 따라 자국 주식 비중이 0%다. 네덜란드 ABP는 2.1%, 캐나다 CPPI는 9%대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5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연기금의 경우 자국 주식 보유 편향이 다소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며 적극적인 자산 배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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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연기금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지키고 장기 재정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라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기금운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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