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풀어 성장론 바탕엔 반도체 세수 낙관
초과세수 李정부 성과 아냐...구조개혁에 써야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인 2022년엔 50조원대 초과세수가 났다. 팬데믹발 반도체 호황과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경기·자산시장 호황이 겹치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해(61조4000억원)에 이어 당초 정부 예상치를 52조5000억원이나 초과한 막대한 세수가 걷힌 것이다. 2021~2022년 2년간 더 들어온 세수는 110조원대에 달했다.
윤 정부는 정부 출범 이틀 만에 편성한 62조원, 역대 최대 추경에 이 초과세수를 털어넣었다. 당시 90조원대 재정적자를 상당폭 메울 수 있는 막대한 돈이었지만, 윤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 현금성 지출에 풀었다. 문 정부 말기에 발생한 초과세수가 윤 정부 출범 직후 새정부 추경의 실탄으로 쓰이자 '재정당국이 세수 오차 마법으로 정권 출범에 골든벨을 울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2년 차인 올해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역대급 세수 호황이 예고되고 있다. 올 1분기 합산 95조원의 영업익을 낸 삼전닉스의 연간 영업익 추정치가 50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증권가 예측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기서 걷히는 올 법인세수만 120조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기업이 지급하는 성과급 확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 반도체주 랠리에 늘어날 증권거래세와 농특세 등을 합치면 초과세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올 예산안을 짜던 지난 8월만 해도 지금과 같은 호황을 예상치 못한 탓에 초과세수 규모가 전쟁추경에 투입한 25조2000억원 포함 최대 7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재정당국자들이 줄곧 강조해온 "재정 풀어 성장하겠다"는 구상의 배경엔 글로벌 호황에 올라탄 삼전닉스 덕에 세수가 크게 늘고 그 결과 이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국가부채 비율이 최소 3%포인트 떨어질 거란 낙관론이 자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반도체 호황에 10% 안팎의 명목 성장률을 달성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D2 기준)가 이 정부 임기 내 60% 선을 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가에서는 삼전닉스가 이끄는 세수 호황이 최소 내년까지는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장기화에 대한 기대도 나오지만, 업황 특성상 내년 이후를 장담하긴 어렵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AI 열풍이 국내 메모리 반도체 투톱에 이같은 특수를 가져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게 반도체 업황이고, 반도체 경기에 따라 세수는 널뛰기를 반복해왔다.
윤 정부는 호황이 장기화할 거란 낙관 속에 초과세수를 원칙없이 소진했고, 이후 초과세수에 기대어 추진한 무리한 감세정책과 경기둔화 대응 실패가 겹치며 2023년부터 2년 연속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내며 정권은 완전한 혼란으로 갔다. 임기 첫해 세수 호황이 가져다준 기회를 윤 정부 스스로 날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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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KDI는 "현재 경기는 확장국면에 있다"며 "인위적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이번 정부 재정 정책 운신의 폭이 윤 정부 때 보다 넓어졌다는 얘기다. 지금의 초과세수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세수 예측이 빗나가며 발생한 장부상 수치일 뿐이다. 삼전닉스에 기대어 나타난 세수 호황을 현 정부의 거시경제적 성과로 착각해선 안된다. 일시적 초과세수일수록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성장 기반 확충 그리고 빚 갚는 데 먼저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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