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의학한림원 생물학 분과 정회원으로
순수 기업인 출신 첫 사례

[단독]22년 만에 기업인에 문 연 '의학 상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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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권위 의학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의학한림원)이 처음으로 순수 기업인 출신 회원을 받아들였다. 2004년 창립 이후 22년 만이다. 기초연구와 임상, 산업화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의과학 시대에 발맞춰 의학계와 산업계의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의학계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의학한림원은 최근 63명의 올해 신입 정회원을 선출했는데,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생물학 분과)가 이들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전 서울대 의대 교수),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성균관대 의대 교수) 등의 기업가 회원은 있었지만 모두 대학에 본적을 둔 교수 출신이다. 학계에 몸담은 적 없는 기업인이 회원이 된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에이비엘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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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 정회원은 '교수들의 교수'로 불린다. 의대나 관련 분야 대학을 졸업한 이후 25년이 지나야 하며,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를 전제로 대표 논문 30편을 비롯한 학술 저서, 학술지 편집 활동, 학회장·소속대학 보직 경력 등이 심사 대상에 오른다. 지금까지는 의대 교수이거나 연구기관 소속의 연구자들만이 이 관문을 통과했다.

이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연구자의 정체성을 놓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서울대 사범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제넨텍·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경험한 뒤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창업했다. 이중항체와 뇌혈관장벽(BBB) 투과 기술을 앞세워 여러 차례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SCI급 저널(국제 학술 인용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다수 게재했다


바이오 기업 대표의 정회원 선출에 관심이 모이는 건 그간 의학한림원이 다른 한림원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의학·과학·공학 분야 한림원은 '형제 기관'으로 불리지만 산업계와의 거리감은 달랐다. 공학한림원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등 산업계 주요 인사가 정회원으로 소속됐으며 매년 기업인 수십 명이 새로 합류한다. 회원 선출 기준에 산업 기여도가 명시돼 있고 산하에 기업 최고경영인 협의체도 따로 둔다. 과학기술한림원은 학문적 성과를 중심에 두면서도 산학 연구자에게 문을 열어왔다. 의학한림원은 상대적으로 산업계 참여에 보수적인 구조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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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의학한림원 내부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한상원 의학한림원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활동 목표를 '의과학으로의 전환'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의사만이 의학과 의과학을 연구할 수 있다는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한 원장은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학계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시대가 됐다"며 산업계와의 교류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구상은 이미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의학한림원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 맞춰 재미 한인 과학자들과 교류 행사를 열었다. ASCO는 전 세계 항암 신약의 임상 데이터가 쏟아지는 자리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총출동해 학계와 산업계가 만나는 대표적 무대다. 한 회장은 올해 바이오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넓히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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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산업계 인사가 의학 분야 학술단체에 참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의학한림원(NAM)에는 제니퍼 토버트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회장 등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이 산하 협의체에 참여한다. 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통로가 일찍부터 제도화돼 있었다는 의미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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