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분기 이후 최대
기업대출 부실 확대…전분기보다 1조 늘어
부실채권 상·매각 감소에 부실 잔액 증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가 17조7000억원으로 늘어나며 2019년 2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못 갚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난 데다, 부실채권 정리 규모까지 줄어들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부실채권 17.7조로 7년 만에 '최대'…기업·자영업 대출 '경고등'
AD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2026년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1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2019년 2분기(17조5000억원) 이후 가장 많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 대출을 뜻한다.

부실채권 비율도 0.60%로 지난해 말(0.57%)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실채권 증가는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 규모는 14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13조2000억원) 대비 1조원 증가했다.전체 부실채권 증가분(1조1000억원)의 대부분이 기업여신에서 발생한 셈이다.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도 0.74%로 전 분기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세부적으로 보면 대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50%로 0.01%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여신은 0.88%로 0.05%포인트 올랐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질도 빠르게 악화했다. 개인사업자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0.66%로, 주요 항목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소법인 부실채권 비율 역시 1.03%로 1%대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부실도 확대됐다. 가계여신 부실채권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32%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22%로 0.01%포인트 올랐고, 기타 신용대출 등의 부실채권 비율은 0.66%로 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상승하며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영향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5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000억원 감소했지만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줄었다.


특히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지난해 4분기 4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분기 중 상·매각 규모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부실채권 17.7조로 7년 만에 '최대'…기업·자영업 대출 '경고등' 원본보기 아이콘


은행권의 손실흡수 여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적립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와 같았지만,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0.4%를 나타냈다. 전 분기 대비로는 9.9%포인트, 전년 동기와 견줘 20.1%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충당금 적립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면서 은행권의 부실 대응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 추이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은행별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채권 증가는 국내 경제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는 기업들의 상환능력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계기업 비율(2025년9월기준)은 17%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진 기업을 뜻한다.


문제는 향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

AD

서용진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대출 구조상 이자부담 증가는 곧바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능력 저하로 연결되며, 특히 취약차주(자영업자, 중소기업,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조정과 맞물릴 경우 담보가치 하락 → 회수율 저하 →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