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도면부터 설비까지 유출"…대한전선 임직원 송치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유출 의혹
3년 걸친 수사 끝에 '혐의 인정된다'고 판단
공장 레이아웃 유출, 설비 유사성까지 확인
대한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3년간 수사해온 경찰이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이 사건은 해저케이블 생산의 핵심이 되는 공장 레이아웃을 유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턴테이블(케이블을 감아 저장·인출하는 설비) 등 핵심 설비까지 유사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노하우인가 아닌가…경찰, 3년 만에 '혐의 인정'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직원 4명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SFA 관계자 2명 등 13명과 각 법인을 28일 송치했다.
대한전선 임원 A씨 등은 2022~2023년 충남 당진시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공장 내부 시설 배치 등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해 설계에 반영한 혐의를 받는다.
대한전선은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동해 3공장 내부 시설 배치와 설계 레이아웃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경우 설계 레이아웃이 고유한 노하우라는 입장이다. 설비 간 거리, 각도, 장력 제어 등 미세한 차이가 제품 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장비를 어떻게 설치하는지에 따라 건물 높낮이 등 설계도 달라진다.
단순히 공정 순서에 따른 설비 배치나 효율적 동선에 맞춘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전선 측도 설비 배치가 별다른 노하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경쟁 이익을 담보하는 경제정 유용성,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공지성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장 레이아웃부터 핵심 설비까지 유사성 확인
LS전선은 2007년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첫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LS전선은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 설계를 맡겨 동해 1~4공장을 건설했다. 이후 가운종합건축사무소는 경쟁사인 대한전선과 계약을 맺고 공장 설계에 착수했다.
경찰은 대한전선의 공장이 LS전선의 공장을 단순히 참고한 수준을 넘어 유사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건물의 높이·단차 등 세밀한 요소까지 흡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 차례에 걸친 강제수사 과정에선 LS전선 내부 자료가 대한전선 측에서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공장 레이아웃뿐만 아니라, 수직연합기·턴테이블 등 핵심 설비의 구조까지 겹친다는 점이 추가로 확인됐다. 전선 업계에선 케이블을 감거나 보관·인출하는 방식이 노하우로 관리된다. 곡률과 방식에 따라 도체가 손상되거나 케이블이 뒤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연합기는 케이블 절연층의 품질을 좌우한다. 제조 공정에서 중추적 설비로 꼽힌다. 턴테이블은 생산된 케이블을 감아 보관하거나 포설 전 선적을 위해 일정한 장력으로 풀어내는 저장·이송 설비다. 경찰은 이들 설비의 구조·배치에서도 동일한 특징이 확인된다고 봤다.
대한전선 "LS전선 영업비밀 활용하지 않았다"
국내 전선업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두 기업이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해저케이블 기술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만큼 이번 사건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LS전선은 경찰이 대한전선을 압수수색한 2024년 7월 입장문을 내고 "대한전선이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 금액도 LS전선의 2배가 넘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선 측은 문제가 된 정보를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 먼저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경쟁사의 계약 금액도 알지 못한다"며 "전문업체를 통해 해저케이블 설비를 제작·설치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가운종합건축사무소 등도 이 사건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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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전선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송치는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 위법성이나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서 타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하거나 이를 지시·공모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구조·설비 배치가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체 사업 계획과 부지 조건, 설비 사양, 물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축된 공장"이라며 "생산 공정의 특성상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정 흐름이나 설비 배치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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