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해체, 설계의무 아니고 저가발주 횡행"…학회가 짚은 서소문 고가 붕괴 배경
대한토목학회 "3대 구조적 공백으로 사고"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대한토목학회가 "개인 과실이 아닌 구조적 공백이 낳은 결과"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토목학회는 교수를 비롯해 연구원, 기업·기관 전문인력 등 3만명 이상이 가입한 토목 분야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꼽힌다.
학회 측은 28일 낸 자료에서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국내 건설 제도의 3대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토목 구조물 해체 설계 선행의무가 없는 점을 짚었다. 교량 같은 토목 구조물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해체 과정이 더 복잡한데도 의무규정이 없어 공사 수행과정에서 체계적인 해체 작업계획을 짜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미국 토목학회의 경우 2024년 '교량철거 전용 기술지침'을 따로 제정해 대응하고 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3명이 숨졌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복구 작업이 지연되면서 경의중앙선과 KTX 등 열차 운행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27일 사고현장 모습. 2026.05.27 윤동주 기자
적정 수준의 해체 공사비 산정 체계도 없다. 학회 측은 "단계별 구조해석비, 임시 지지 구조물 설치비, 계측비 등이 표준품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저가 발주가 굳어졌다"면서 "결국 구조물 철거 현장에서 안전 절차의 형식화 또는 고질적인 누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계약내역을 보면, 시는 서소문 고가 철거공사 1차분으로 지난해 4월 업체 측과 40억7253만원 계약을 맺었다. 공사 말미에 계약 내용이 바뀌면서 당초 계약했던 금액보다 6억원 이상 깎였다. 올해 2월 2차분 공사로 78억8942만원짜리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토목 구조물 해체 감리의 전문성 기준이 없다는 점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건축물에 대해선 해체 전담 감리제도가 도입된 반면 토목 구조물은 훨씬 어렵고 복잡한데도 일반 신축공사와 같은 수준에서 건설사업관리를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측은 "철거 현장에 해체 전문 전담감리가 부재한 실정"이라며 "토목 구조물 해체에 특화된 전문감리 자격기준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3명이 숨졌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복구 작업이 지연되면서 경의중앙선과 KTX 등 열차 운행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27일 사고현장 모습. 2026.05.27 윤동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향후 노후 기반시설 해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목학회는 강조했다. 해체공사를 발주할 때 해체설계 선행 용역을 의무화하는 한편 관련한 표준품셈을 정비해 고위험 해체공사의 적정 공사비를 보장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토목 구조물 해체 전담 감리자격 기준 신설 등 해체 감리체계를 통합 정비하고 붕괴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각적으로 접근을 하단하고 비접촉 원격점검을 우선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 안전점검에 초빙된 민간 전문가가 직무 수행 중 입은 피해에 대해 법적 보호·보상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태국 바트보다 못하다고?"…1560원 찍은 원화, 무...
한승헌 토목학회 회장은 "제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이번 서소문 사고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전국에 유사한 노후 교량이 수천 개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고를 대한민국 인프라 안전 제도를 정비하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