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청년 세대가 사랑하는 스트롱 제로
청량 음료 같은 맛, 독한 양주 같은 도수
알코올 의존증 불러오는 사회 문제로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구독자 60여만명에 달하는 일본 인기 유튜버 '제파(26)'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제파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5일 전 그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알코올 의존증 평균 수명은 50세라는데, 나는 이미 절반을 지났다"고 호소한 바 있다.


스트롱 제로. 아마존 재팬

스트롱 제로. 아마존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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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제파가 평소 즐겨 마시던 일본 술 '스트롱 제로'에도 주목하고 있다. 산토리에서 제조하는 해당 소주는 캔에 담겨 판매되며, 저렴한 가격과 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것에 반해 도수가 세다는 점, 또 특유의 과일 맛 때문에 쉽게 중독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악마의 술'로 불리기도 한다.

청량음료 같은 맛, 독주 같은 도수


스트롱 제로는 일명 츄하이(酎ハイ) 소주다. 희석식 소주에 탄산수와 과일 향을 첨가한 술로, 마치 청량음료 같은 맛을 낸다. 다만 스트롱 제로가 다른 츄하이와 차별화된 점은 강한 도수다. 스트롱 제로 한 캔의 도수는 9도에 달하며, 일반적인 주류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트롱 제로는 일본의 온라인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한다. 고양이가 "이걸 건네주마.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 마시면 돼"라고 말하는 만화 장면. 엑스(X) 캡처

스트롱 제로는 일본의 온라인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한다. 고양이가 "이걸 건네주마.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 마시면 돼"라고 말하는 만화 장면. 엑스(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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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 제로의 또 다른 특징은 싼 가격이다. 500㎖ 한 캔의 편의점 가격은 평균 230엔(약 2000원)으로, 일본이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캔맥주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스트롱 제로는 2009년 발매 이후 일본 청년층들에게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일본 내에서는 "마법의 물", "최고의 알코올 가성비 소주" 등 별명으로 불리곤 한다.

가난한 젊은 세대, 스트롱 제로에 매혹되다


스트롱 제로가 청년 세대의 입맛을 본격적으로 사로잡은 건 2010년대 후반이다. 일본 대표 맥주 제조사 '기린'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일본 츄하이 시장은 2배 넘게 성장했고, 2023년 한 해에만 출하량이 32% 증가했다. 소비를 주도하는 이들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으로, 이들은 식사와 어울리고, 저렴하게 만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스트롱 제로를 택했다.


한때 일본에선 '스트롱 제로 문학'이라는 현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트롱 제로를 마신 뒤 만취한 상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허무한 넋두리를 쏟아내는 것이다. "스트롱 제로는 인간을 제로로 만든다", "스트롱 제로는 뭐가 제로일까, 희망?",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게 아니라, 잊는 것도 인생인 거야" 등 문구는 NHK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스트롱 제로를 마시고 고민을 잊는 청년들을 희화화한 이미지. 엑스(X) 캡처

스트롱 제로를 마시고 고민을 잊는 청년들을 희화화한 이미지. 엑스(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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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NHK는 스트롱 제로의 위험성도 경고하고 나섰다. 스트롱 제로가 젊은 층의 알코올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500㎖ 스트롱 제로 한 캔은 독주에 속하는 테킬라 샷 3.75잔에 해당한다. NHK는 "스트롱 제로를 대량으로 섭취하고 알코올 중독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며 "과음한 뒤 SNS에 외로움과 불안을 호소하는 현상도 우려되는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日 특유의 주세 제도, 경기 불황 덕분에 탄생


편의점에서 스트롱 제로를 고르는 모습. TBS 캡처

편의점에서 스트롱 제로를 고르는 모습. T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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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스트롱 제로 현상은 일본의 주류 규제 탓에 나타난 측면도 있다. 일본은 주류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주류세를 차등화하는데, 10도가 넘는 술부터는 주세가 높아져 소비자 가격도 급등한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인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주류 업계는 도수를 9도에 맞춘 새로운 술을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게 스트롱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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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트롱 제로가 인기 술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본 당국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4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신규 알코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스트롱 제로와 같은 츄하이류 주류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아사히맥주, 삿포로맥주, 산토리 등 대표 주류 기업은 츄하이류 제품군 개발을 축소해 왔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를 기존 9도에서 4~5도로 줄인 '약화된 츄하이'도 개발되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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