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동결' 후 금리 인상 강력 시사…올해 성장률 2.6%·물가 2.7% 전망 상향(종합)
올해 물가 전망 2.7%까지 높인 한은 "고유가 장기화 우려"
"반도체가 견인" 성장률 2.6%, 3개월 만에 0.6%P 상향
5월 기준금리 동결…점도표 통해 향후 인상 강력 시사
전문가, "7월 인상 유력"…올해 두 번 인상 가능성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올려잡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가 성장 하방 압력 요인을 압도하며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7%로 상향 조정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과 2차 파급효과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다. 5월 기준금리는 연 2.50%로 동결했다. 그러나 K점도표(dot plot)를 통해 향후 6개월 내 금리 수준을 3.00%로 보면서 연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금리 결정이 있는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봤다.
"중동전쟁 이긴 반도체 효과"…올해 성장률 전망 2.6%로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통방) 직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2.0%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내년 성장률 역시 1.8%에서 2.1%로 올려잡았다. 올해 성장률 2.6% 전망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전망치(2.5%)뿐 아니라 정부(2.0%)와 국제통화기금(IMF·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7%)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통방 때까지만 해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금통위는 중동 사태 이후 경제 심리가 약화하고 일부 업종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점,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압박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성장률 둔화를 예상했다. 그사이 한은의 경제 인식이 달라진 핵심 배경은 반도체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장기화 우려가 여전하지만 반도체 효과가 이를 압도하면서 성장 하방 압력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올해 1분기 이후에도 반도체 주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58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3월(866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중 반도체 수출(319억달러)이 173.5%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액은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527억달러를 기록,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220억달러)은 같은 기간 202.1% 폭증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7%까지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성장률 상향에 힘을 보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확대와 반도체 주도의 증시 활황에 소비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5월 기준 106.1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상승 폭 역시 전월 대비 6.9포인트 올라, 11개월 만에 최대다. 이처럼 반도체 호실적이 수출은 물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까지 견인하며 전반적인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사태, 물가 부담 키웠다…"올해 2.7% 상승" 상향 조정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히 성장률을 낮출 최대 변수다. 전쟁이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돼 고유가 장기화에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 전까지 물가가 목표 수준인 2.0% 근방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던 건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 영향이 컸으나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큰 폭 상승하며 안정 요인이 흔들린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 회복세 역시 수요측 물가 상방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2.2%)과 비교하면 0.5%포인트 뛰었다. 내년 물가 전망치는 직전 전망(2.0%) 대비 0.3%포인트 높은 2.3%로 올려 잡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고환율 압력 속에서 소비자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점도표서 6개월 후 3.00% 다수…향후 인상 강력 시사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으나, 6개월 후인 오는 11월까지 금리가 0.25%포인트씩 약 두 차례 인상돼 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금통위원 전원(7인)이 6개월 후 조건부로 전망하는 금리 수준에 점 3개를 찍는 방식인 K점도표에 따르면 총 21개의 점 가운데 10개(48%)가 6개월 후 기준금리 3.00%를 예상했다. 이번 점도표에서 2.75%에 가장 많이 분포할 것이란 시장 전망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신호다. 6개월 후 2.75%를 예상한 점은 7개(33.3%)였다. 0.25%포인트씩 세 번 인상 시 도달하는 3.25%를 전망한 점 역시 2개 있었다. 6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점 2개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월 첫 공개 때는 전체 21개 점 가운데 16개가 6개월 후 동결을 의미하는 2.50%에 찍히며 장기 동결을 시사했다. 점 4개는 2.25%에 찍혀 한 차례 인하를 관측하기도 했다. 한 차례 인상을 뜻하는 2.75%에 찍힌 점은 1개에 불과했다. 다만 당시는 중동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초 점도표상 중앙값이 2.75%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0%에 다수가 포진된 것은 명확하게 7월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올해 2번 인상할 가능성 역시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에 시장은 오는 7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데 더욱 무게를 뒀다. 올해 금리 인상은 0.25%포인트씩 총 두 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보다 힘이 실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2.7%로 상향됐으니 물가 안정 목표인 2.0%와는 격차가 커졌다"며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보는 중립금리 수준(2~3%)보다 높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너무 빨리 올릴 수 없으니 올해 안에 두 번 정도 올려 오는 11월에 중립금리 상단인 3%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서 최소한 한 번 더 금리를 올려야 물가를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초나 내년 중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금리 동결은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2·4월에 이어 8회 연속으로 이뤄졌다.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선 아시아경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3명 전원이 이달 금리 동결을 점친 바 있다. 다만 금통위원 2인(장용성·유상대)은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금통위는 "중동사태 전개 및 파급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성장·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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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화 약세와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달 초 1450원 선 전후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주간 종가 기준 재차 1500원을 넘어섰다. 22일엔 주간 장 마감 직전 외국인 증권자금 매도에 따른 달러 환전자금 등이 급증하며 1517.2원까지 레벨을 높이기도 했다. 집값 역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31% 오르며 3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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