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 추정…방화 증거 부족"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불을 지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자영업자와 지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사의 스모킹 건이었던 대화 녹음 파일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시 화재가 방화가 아닌 태풍으로 인한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자영업자 A씨와 지인 B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광주고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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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B씨와 짜고 지난 2012년 8월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전남 장흥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부품 대리점에 고의로 불을 질러 건물 462㎡를 전소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A씨가 대리점 내 물류창고에 촛불을 켜 둔 채 외출하고, 채무 관계가 있던 B씨가 인화물질을 이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최초 조사 당시 단순 화재로 종결돼 A씨가 수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으나, 1년여 뒤 제삼자가 제출한 대화 녹음 파일을 근거로 방화 수사가 재개됐다.

특히 A씨는 다른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나 약 12년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뒤늦게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녹음 파일과 A씨의 자백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죄의 핵심 증거였던 녹음 파일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화재 상황을 대화하며 녹음한 제삼자는 보험 사기를 제보하고도 증명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었다"며 "해당 녹음 파일에 담긴 A씨의 진술이 임의성이나 허위 개입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객관적인 화재 원인 조사 결과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현장 감식 결과 보고서에 화인이 전기적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고, 화재 직전 태풍의 영향으로 일대에 정전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에서 누전이나 합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촛불이나 인화물질 구매처도 증명되지 않은 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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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가 화재 전후 출입문을 잠그고 외출했으며 다른 지인에게 집기류를 빼달라고 부탁한 점으로 보아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B씨가 친분으로 통화한 사정만으로 방화를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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