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브라함 협정' 압박에
"미·이란 평화협상 위태로울 수도"
반발하는 자국 지지층 달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 불과하단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체결 압박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요구를 실제로 밀어붙일 경우 미국·이란 간 평화 협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종전 담판과 맞물려 지난 23일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중동국 정상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상당히 불쾌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가 "격분"했다고 전하며 "(트럼프에게) '노'(NO)라고 100번이나 말했고, 앞으로 또 100번을 더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미국 측의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압박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그의 아버지 세대와 달리 팔레스타인 문제를 사우디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는 핵심 사안으로 보지 않는 세대로 통한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미국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합의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가장 먼저 참여했고 이후 모로코와 수단이 합류했다. 다만 사우디 등 아랍권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없이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지도부는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과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지는 명확하고 보장된 로드맵을 요구해왔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이란 협상의 주요 중재국 가운데 하나인 파키스탄 역시 협정 참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 내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사마TV에 "개인적 견해로 우리는 그러한 협정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우리의 근본적인 가치와 충돌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없고, 누구도 우리에게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아브라함 협정 체결 확대를 촉구해왔다. 이란 종전 담판과 맞물려 지난 23일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중동국 정상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후인 25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사우디와 카타르,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의 협정 참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이란 역시 협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동맹국들에 아브라함 협정 체결 요구를 밀어붙일 경우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중재국들이 자국 여론을 자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려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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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부 중동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불만인 공화당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걸프 권역 국가의 한 외교관은 "분노한 지지층을 진정시키기 위한 영리한 전술"이라며 "트럼프는 이 문제를 계속 반복해서 언급하겠지만, 실제 협상안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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