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속도' 깨운 中 성과급…'성장' 가로막는 韓 성과급
몇 년 새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중국'이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독일 중심의 완고한 벽도, 일본과 한국 완성차가 쌓아온 업적도 성역이 아니었다는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이렇게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던 이유는 무엇보다 '속도'에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보통 4~5년이 걸렸다면, 지금 중국 기업들은 이를 1~2년 만에 해치운다.
기술의 복제와 모방을 넘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의 미래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주도하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속도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만난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중국 자동차 기업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일화를 전했다. 연구개발(R&D)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중국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성과급'이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는 6개월 프로젝트를 1~2개월로 단축하면 그 줄어든 시간만큼 가치를 파격적인 보수로 보장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자본주의의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경영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확실한 보상은 기업이 강요하지 않아도 직원 스스로 쉬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개인의 성취는 곧 조직의 혁신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모여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 노동시장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도 경직된 제도와 고질적인 노사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몇 달 전 방한한 프랑스 르노그룹 회장의 발언은 한국 제조업의 뼈아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부산공장의 품질과 기술력을 그룹 내 최고 수준이라 극찬하면서도, 한국 특유의 임금 구조에는 깊은 난색을 보였다.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이와 무관하게 매달 동일한 임금을 유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토로였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 내 소모적인 갈등으로 이어지며 미래로 나아갈 동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인 삼성전자 성과급 논의도 비슷하다. '최대 6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기로 했지만, 사내외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서 투자 속도가 핵심이지만 성과급 논란으로 추후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와 기준에 합의하지 못하고, 보상을 둘러싼 불신과 대립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쥐여준들 자발적 몰입이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호봉제와 연공서열 중심의 낡은 틀을 과감히 깨고 일한 만큼 보상받고 생산성에 비례하는 '생산성 기반의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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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유연하고 건강한 노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 제조업은 중국의 압도적인 속도 앞에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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