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환불 사태로 본 상품권 약관, 60% 사용 기준 손 보나
공정위, 상품권 표준약관 개선 필요성 검토
백화점·커피·문화상품권도 대체로 60% 기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선불식 상품권 환불 규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불매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선불카드 잔액을 돌려받으려 해도 현행 약관상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 어머니들이 5·18 '탱크데이' 행사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 코리아의 컵, 텀블러 등을 망치로 깨부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연합뉴스는 스타벅스 선불카드를 환불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선불식 상품권 환불 규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현재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에 따르면 선불카드 잔액을 환불받으려면 최종 충전 시점 기준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1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80% 이상을 써야 나머지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5만원을 충전했다면 3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 신청이 가능하고, 1만원을 충전했다면 8천원 이상을 써야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를 하려면 오히려 스타벅스에서 돈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선 기업의 사회적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이용을 중단하려 해도, 선불카드 잔액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먼저 일정 금액을 소비해야 하는 구조가 모순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는 한시적으로 선불카드 잔액을 조건 없이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타벅스뿐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등 각종 선불식 상품권의 환불 기준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환불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토대
현행 환불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을 토대로 한다. 공정위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금액형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 내에 상품권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1만원 이하 상품권은 8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충전식 상품권은 고객의 최종 충전 시점에 기재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이른바 '신유형 상품권' 중 충전식 금액형 상품권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도 표준약관과 유사한 방식의 환불 기준을 적용해왔다. 다만 표준약관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권고 성격의 기준이다. 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표준 기준인 만큼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정용신 회장의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질의응답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양종환 감사팀장.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다른 업종도 유사하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의 선불카드나 모바일 쿠폰 역시 대체로 60% 이상 사용 시 잔액 환불을 허용한다. 백화점 상품권도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서 종이 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 모두 액면가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1만원권 이하는 80% 이상 사용 기준이 적용된다.
문화상품권이나 배달앱 교환권 등도 비슷한 환불 기준을 두고 있다. 모바일문화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 경과 전 상품권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 환불이 가능하다. 배달의민족 교환권 역시 등록 후 사용한 경우 60% 이상을 써야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 반면 쿠페이 머니, 네이버페이 머니, 카카오페이 머니 등 일부 간편결제 충전금은 잔액을 비교적 자유롭게 본인 계좌로 인출할 수 있다. 이들 서비스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분류된다. 선불전자지급 수단에도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이 적용될 수 있지만, 약관이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100% 환불 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을 통해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은 복수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스타벅스는 본사 직영 구조로 하나의 가맹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과거 상품권법에서 유래한 환불 규정
상품권 환불 시 일정 비율 이상 사용을 요구하는 기준은 과거 상품권법에서 유래했다. 과거 상품권법은 불법 할인판매, 이른바 '상품권 깡'을 막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잔액 환불을 허용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뒤 소비자 권익 확대 차원에서 기준이 완화됐고, 현재는 1만원 초과 상품권의 경우 60% 이상 사용 기준이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쟁점은 기업의 사회적 논란이나 도덕적 귀책 사유가 발생했을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공정위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는 구매액 전부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 상품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통상 기간보다 현저히 지연되는 경우, 발행자가 고객에게 불리하게 사용처를 축소하거나 이용 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잔액 전부를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물의나 소비자의 불매 상황은 전액 환불 예외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스타벅스 사태와 같이 기업의 잘못으로 소비자가 더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경우에는 사용 비율과 관계없이 선불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선 필요성 검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 프로모션이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했다며 조건 없는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현행 표준약관과 관련 법령이 기업의 사회적·도덕적 귀책 사유로 소비자가 이용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한 환불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제 약관 개정까지는 고려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단순히 60% 사용 기준을 낮출지, 기업의 사회적 귀책 사유를 전액 환불 예외로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그 판단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모두 논의 대상이다.
특히 '기업의 명백한 잘못'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단순 논란과 중대한 귀책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할 경우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사안별 환불 가능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환불 기준 완화가 선불식 상품권의 현금화 수단 악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액 상품권을 주고받은 뒤 일부만 사용하고 잔액을 환불받거나, 전액 환불이 폭넓게 허용될 경우 상품권이 사실상 계좌이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세원 관리나 금융 규제 측면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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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과 함께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표준약관은 특정 기업뿐 아니라 온라인 상품권과 모바일 쿠폰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기준인 만큼, 제도 개선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과 시장 악용 가능성 사이의 균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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