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금융' 사각지대 없앤다…정부, 공공기관 장기 연체채권 전수조사
정부가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첫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금융당국이 유동화전문회사 형태의 민간 부실채권 처리 회사를 조사한 데 이어, 공공기관 보유 부실채권까지 전수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연체채권 규모와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한 뒤, 채권 정리 방안과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록수 사태' 계기 공공기관 부실채권 실태조사
관리·추심 관행 손질…캠코 중심 일원화 관리 검토
예정처 "공공기관 개인 부실채권, 7년 새 16조 증가"
정부가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첫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20년 넘게 채무 추심을 이어온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 사태로 이른바 '약탈 금융'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공공기관 부실채권까지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장기 연체채권 처리와 추심 관행 전반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유동화전문회사(SPC) 형태의 민간 부실채권 처리 회사를 조사한 데 이어, 공공기관 보유 부실채권까지 전수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연체채권 규모와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한 뒤, 채권 정리 방안과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캠코 산하에 배드뱅크인 '새도약기금'을 설치하고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매입에 나섰다. 새도약기금은 연체 기간 7년 이상, 원금 5000만원 이하인 개인·개인사업자의 무담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은 그동안 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은행과 대부업계 등 민간 금융회사에는 장기 연체채권 정리를 압박하면서도, 정작 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와 추심 관행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설립된 SPC 형태의 부실채권 처리 회사 상록수가 20년 넘게 채무자 추심을 이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캠코, 신·기보, 주금공,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 부실채권 가운데 회계상 손실로 상각 처리된 채권 비중은 2018년 23.3%에서 2025년 16.6%로 오히려 낮아졌다. 장기간 빚 독촉에 노출된 채무자가 그만큼 줄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 부실채권 규모는 2018년 28조114억원에서 2025년 44조4478억원으로 16조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무자 수는 약 178만명에서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채무를 조정한 비중도 2018년 45.7%에서 2025년 34.6%로 감소했다.
공공부문이 사실상 '약탈 금융'의 사각지대로 떠오르자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거쳐 관련 제도를 전면 정비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을 캠코로 이관해 일원화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앞서 금융위는 2017년 '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기관별로 제각각이던 부실채권 관리 기준을 통일하고 상각과 매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회수 불가능' 또는 '회수 실익이 없는 경우' 등 모호하고 추상적인 상각 기준을 대위변제 또는 채권 매입 후 1년 경과 등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손질했다. 또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이후 발생하는 상각채권도 매년 정기적으로 매각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도덕적 해이 우려, 부실채권 매각에 대한 내부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상당수 공공기관이 채권을 장기간 보유한 채 자체 추심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조직 축소 문제로 보유 채권을 줄이거나 추심 인력을 감축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취약계층 빚 탕감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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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무분별한 빚 탕감은 결국 공공기관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 온 이들의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과 도덕적 해이 방지, 시장 원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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