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일의 부산 기억, 세계유산 될 수 있을까
9월 유네스코 예비평가 신청
경무대부터 영도대교까지 열한 곳 도전
등재 목표는 2028년에서 2030년으로
한국전쟁 당시 1023일간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부산의 전쟁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피란민 100만 명을 품었던 도시의 기억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받겠다는 시도다.
27일 부산시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부산시는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Sites of the Wartime Capital)' 예비평가 신청서를 제출한다. 해당 유산은 202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고, 지난해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도 선정됐다.
예비평가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서면심사 방식으로 진행한다.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과 보완 과제를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부산시는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추가 조사·연구를 확대하는 등 등재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해외 전문가들에게 등재 필요성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안영신 부산시 문화유산과장은 "피란수도 부산은 단순한 전쟁 유산이 아니라 전쟁과 위기 속에서 도시와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세계유산 개념이 오래된 건축물 중심에서 인류의 경험과 기억으로 확장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등재 대상은 정부 유지, 피란 생활, 국제협력이라는 세 축을 보여주는 11개 유산이다. 경무대(현 임시수도기념관)와 임시중앙청(현 동아대 석당박물관)은 전쟁 시기 국가 기능이 유지된 공간이다.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기상관측소)는 전시 상황에서도 기상 관측을 이어가며 군 작전과 구호 활동을 지원했다.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현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은 외교와 국제협력의 거점 역할을 했다.
부산항 제1부두는 유엔군 군수물자와 피란민이 몰린 전략 거점이었다. 하야리아기지(현 부산시민공원)에는 유엔한국위원회와 유엔한국재건단 등이 주둔하며 교육·보건·구호 사업을 추진했다. 부산재한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로, 국제 연대의 상징으로 꼽힌다.
피란민의 삶을 보여주는 공간도 포함됐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공동묘지 위에 형성된 피란촌으로, 묘비가 축대와 계단으로 활용된 흔적이 남아 있다. 우암동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 검역시설이 피란민 주거지로 바뀐 사례다. 영도대교는 전쟁 중 이산가족의 상징적 장소로 기억된다. 복병산 배수지는 수용 한계를 넘어선 피란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며 전시 도시 인프라의 역할을 감당했다.
문화유산위원회는 해당 유산에 대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인류 평화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세계유산 잠정목록 14건 가운데 우선등재목록에 포함된 사례는 양주 회암사지유적과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두 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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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심의 과정에서 도심 개발 압력에 따른 보호 대책과 우암동 소막 주거지 등 일부 유산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초 2028년이던 등재 목표 시점도 2030년으로 조정됐다. 전쟁의 상처를 품고 버텨낸 도시 부산이 이제 그 기억의 세계유산 가치를 입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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