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안전 지키려던 점검자 안전에 미흡"
12시간 전부터 붕괴 조짐…사전조치 있었나
산업안전법·중대재해법 모두 적용될 가능성

3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점검을 수행하는 '점검자'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붕괴 우려로 철거 작업을 중단했는데도 작업 차량이 위험 구간 아래로 주행하다 잔해물에 깔렸고,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선 별도의 지지대를 구축하지 않은 채 점검자를 투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60년 된 노후 교량…붕괴 12시간 전부터 균열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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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시아경제가 복수의 산업·안전 전문가 견해를 종합한 결과,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나온 주된 원인은 점검자를 위한 사전 안전조치가 부족한 탓으로 분석됐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미 D등급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을 정도로 위험한 현장이었다"며 "정밀 안전진단을 하려면 안전 종사자의 안전부터 확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전날 오후 2시33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상판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60대 현장관리소장과 60대 감리단장, 50대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다. 부상자 3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붕괴는 안전진단 중 발생했다. 사고 당일 새벽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바닥·천장 구조물) 절단을 진행하다 구조물이 2.9㎝가량 주저앉은 단차가 확인됐다. 철거는 상부 슬래브와 거더(교량 등 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를 절단한 뒤 크레인으로 한 번에 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낮에는 철거 지점 아래로 기차가 다녀 새벽에만 한정적으로 작업이 가능했다.

작업이 중단되고 이로부터 약 12시간 뒤 안전진단을 하다 상판이 무너졌다. 현장 진단에 참여했던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거더가 중간에 끊어지면서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점검을 위해 거더 사이로 들어갔던 인원들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현장에서 별도 지지대 등 점검자를 위한 안전조치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를 점검하러 들어간 현장소장이나 감리단장이 왜 아무 조치도 없이 들어갔는지 너무 안타깝다"며 "철거 중 문제가 생기면 붕괴가 우려되는 구간 아래를 지지대로 받치는 등 현장을 확실하게 보강한 뒤 점검에 착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점검자 위한 사전 안전조치 있었는지 따져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과정에 대한 소방 당국의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구조도. 챗GPT 생성 이미지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과정에 대한 소방 당국의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구조도.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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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전문가는 교량 상판이 주저앉는 등 붕괴 조짐이 확인된 상황에선 안전진단 또한 사전조치 이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 과정에서 안전진단에 앞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현장에 투입된 '점검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슬래브와 거더를 절단하면 옆 구조물과 분리되면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며 "점검자가 공중 비계(파이프 구조물) 위에 올라갔을 때 하중이 증가하면서 무너지는 힘을 더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계에 올라간 인원은 6명, 균열에 최소 438㎏(성인 남성 평균 체중 73㎏)에 달하는 하중이 더해진 것이다.


최 교수는 무너진 교량 아래에서 사망자가 나온 점도 주목했다. 붕괴 순간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작업 차량이 교량 하부에서 주행하다 잔해에 깔린다. 붕괴가 우려돼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진단에 착수한 것인데도 해당 구간 아래로 차량이 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차량에 타 있던 30대 운전자는 구조됐지만, 현장에 있던 감리단장은 잔해물과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최 교수는 "점검 중인 교량 아래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건 '점검을 하는 사람'에 대한 안전조치가 시스템적으로 미흡했다는 방증"이라며 "(사망자들 연령대가) 50~60대라면 현장 경력이 30~40년 된 베테랑일 텐데 안전조치에 안일하지 않았나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나태해지거나 공기를 단축하려고 무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모두 적용될 듯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과 서울서부지검은 각각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청 전담수사팀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사망자가 3명이나 나온 만큼 이번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모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현장 관리자뿐 아니라 시공사 경영 책임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적용되는 법 조항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모두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시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균열이 확인된 뒤 교량이 무너지기까지 12시간 동안 도로·인도에서 접근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미비했다. 붕괴 지점과 인도 사이는 5~6m 너비의 2차선 도로뿐이라 매우 가까웠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먼지 등을 막기 위한 차단막, 안전 고깔 외 통행을 차단하는 조치가 없었다.


市, 유가족 등 지원 만전…후속대책 발표 예정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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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전날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 주도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과 유가족·부상자 지원, 현장 안전관리 등을 관계기관과 함께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시는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복지 서비스와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사고 경위와 후속 대책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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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66년 지어진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18개의 교각으로 구성됐다. 길이 335m, 폭 14.9m 규모다. 2019년 3월 노후화로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진단을 실시한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는 지난해 9월 시작됐으며 다음 달 초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공정률 89% 수준에서 이번 사고가 났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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