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 인터뷰

연상호 감독 신작 '군체'로 복귀
이성 잃지 않는 생명공학 박사 역
동물 머리띠 쓰고 관객 무대인사
"해외보다 한국작품에 역량 집중"

배우 전지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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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이 2015년 영화 '암살'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드라마와 시리즈물에 집중하던 그가 선택한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 이후 영화 산업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즈물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그러다 연 감독을 만났고, 색다른 좀비의 설정과 뚜렷한 메시지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다. 감염자들은 짐승처럼 기어 다니는 것을 넘어 점차 직립하고 무리를 지어 생존자를 위협한다.

'군체'는 기존 좀비물과 궤를 달리한다. 통제 불능의 개별적 좀비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집단지성 형태의 무리를 다룬다. 전지현은 이성을 잃지 않고 상황을 헤쳐 나가는 생명공학 박사 권세정을 연기했다. 그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결국 인간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난다"며 "권세정은 자기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본인이 가진 지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고 사람들에게 설명하려 한다.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지현은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2021)을 통해 이미 K좀비를 경험했지만, 이번 작품의 은유적 메시지는 달랐다. 그는 "군체의 좀비들은 하나의 무리로 움직인다. 현대인이 자신의 사유를 인공지능(AI)에 양도하고 있는 모습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재치 있게 담아냈다"고 바라봤다. 현장에서 좀비 연기를 직접 연습해 보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제 좀비 연기에서 가능성을 보셨지만, 역할을 위해 참았다"고 농담을 던졌다.

'좀비의 아버지(좀버지)'로 불리는 연 감독과의 작업은 만족스러웠다. 전지현은 "영화 보신 분들이 고생 많았겠다고 하시는데, 사실 하나도 안 힘들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었다"고 웃었다. 그는 "감독님은 본인의 세계관이 확실해서 딱 필요한 부분만 요구하신다. 배우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그 안에서 자유로워 편했다. 첫날 첫 촬영부터 좀비가 튀어나올 만큼 전개가 빠르고 군더더기 없었다"고 전했다.


감염 사태의 원흉인 서영철 역의 구교환과는 현장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고받았다. 전지현은 "서영철은 서사가 가장 많이 깔려 있어 배우로서 탐나는 캐릭터"라며 "구교환은 유쾌하고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끄는 배우라 심각한 것을 즐기지 않는 내 성격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영화 '군체' 스틸. 쇼박스 제공

영화 '군체' 스틸.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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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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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데뷔해 '엽기적인 그녀'(2001), '도둑들'(2012), '별에서 온 그대'(2013) 등 굵직한 히트작을 남기며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전지현이다. 약 11년 만에 영화 현장에 돌아왔지만, 그는 공백이나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관객과 직접 만나는 무대인사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전지현은 "무대인사 문화가 이렇게 바뀐 줄 몰랐다. 동물 귀 모양의 머리띠를 써달라는 요청이 낯설었지만, 지창욱에게 물어보며 즐겁게 참여했다"며 "객석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응원해 주시는 관객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배우로서 새롭고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오며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도 깊어졌다. 전지현은 "밖에서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늘 캐릭터를 통해 사회를 배우고 성숙해졌다"며 "나이가 들면서 주연 배우가 지녀야 할 자세와 현장을 아우르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변함없는 체력과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로는 철저한 자기 객관화를 꼽았다.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무작정 굶거나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은 자신의 몸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 몸을 깊이 이해하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조합해 먹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지현은 차기작에서 지창욱과 다시 만난다. 구미호 소재 드라마 '인간X구미호'를 준비하고 있다. 한때 해외 진출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자 했으나, 현재는 한국 작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K콘텐츠의 위상과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며 "한국 배우로서 한국 작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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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지현은 "좋은 작품과 인연이 닿으면 늘 최선을 다했다. 특히 영화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매체이기에 작품 결정이 더 신중해진다"며 "앞으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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