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화된 채무자 방어권, 실무는 '역부족'…금감원, 은행권에 무더기 지적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체채권 채무자 보호 실태검사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 절차 미준수 사례를 다수 적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비대면 채무조정 프로세스를 신설하고 관련 시스템을 정비했지만 연락처가 없거나 거주지가 바뀐 채무자에게 통지를 도달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생용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은 고객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아 민원 방지 차원에서 LMS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처음 대출을 신청할 때 등록한 휴대전화 번호를 이후 은행 정보란에서 삭제한 채무자에게 통지를 도달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5대 은행 개인채무자보호법 준수 여부 검사
채무조정 통지 '도달' 미흡 무더기 지적
추심총량제 운영 미숙도 지적 대상 포함
은행권 "도달 방법 한계 많아" 의견서 제출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체채권 채무자 보호 실태검사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 절차 미준수 사례를 다수 적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기한이익상실, 주택경매 신청, 채권양도 등 채권회수조치 전 사전통지는 단순 발송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실제 도달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은 통지 도달 여부를 확실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존 발송 중심 관행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채무자의 연락처 삭제나 거주지 변경 등으로 도달 확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례까지 지적 대상에 포함됐다며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27일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대상으로 개인채무자보호법 준수 여부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한 뒤 은행별 의견서를 받는 등 검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검사 대상 기간은 지난해 4월17일부터 올해 4월 초까지 약 1년간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2024년 10월17일 시행됐고, 지난해 4월16일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쳤다.
이번 검사에서 은행권이 주로 지적받은 내용은 채무조정 가능 사실 통지의무와 관련한 도달주의 미준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연체관리 실무에서는 은행이 연체 차주에게 기한이익상실 통지를 우편이나 문자 등으로 발송하면 일정 기간 뒤 효력이 발생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가 연체 등 약정 위반을 했을 때 만기까지 나눠 갚을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원금 전액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발신주의적 관행이 인정되기 어려워졌다. 은행은 기한이익상실, 주택경매 신청, 채권양도 등 채권회수조치 전 채무자에게 대응요령과 채무조정 요청권 등을 사전 통지해야 한다. 이때 금융회사가 통지문을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에게 실제 도달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감독당국, 통지 도달 여부 파악·추심총량제 미숙 지적
대부분의 은행은 이 과정에서 통지 도달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은행들은 휴대전화가 없거나 회생용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은 채무자에게 장문 문자메시지(LMS)를 발송하지 않은 사례 등이 주요 지적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달 확인이 어려운 경우 '명백한' 반송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등 추가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이 같은 절차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심총량제 운영 미숙도 지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권추심자가 채권별로 7일에 7회를 초과해 추심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문, 전화, 문자메시지 등 추심 목적의 연락이 반복되면서 채무자가 과도한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연체 안내 시스템이 차주 단위가 아니라 계좌 단위로 작동해 온 점 등이 지적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계좌나 대출 건 단위로 연체 안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한 차주가 같은 은행에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여러 대출을 보유하고 있고 복수의 계좌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계좌별로 안내 문자가 발송되는 식이다. 일부 은행은 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계좌별 통지 관행을 충분히 정비하지 못해 추심 연락 횟수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취지 동감하나 현실적 한계 충분히 반영 안 돼"
은행들은 채무자 권리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검사 과정에서 현실적 한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비대면 채무조정 프로세스를 신설하고 관련 시스템을 정비했지만 연락처가 없거나 거주지가 바뀐 채무자에게 통지를 도달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생용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은 고객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아 민원 방지 차원에서 LMS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처음 대출을 신청할 때 등록한 휴대전화 번호를 이후 은행 정보란에서 삭제한 채무자에게 통지를 도달하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538% 급등' 진짜 돈 복사기 따로 있었네…삼전닉...
LMS를 보내지 못한 채무자에게는 내용증명 우편이나 등기우편으로 통지서를 발송해야 하지만 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반박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수검 과정에서 지엽적인 부분까지 집중적으로 조사받고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개인채무자보호법 운영이 안정화되기 전 시행착오가 많았던 시기인데, 법률 조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지적하고 추궁하는 방식에 은행들이 다소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