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힘들다는데 왜 안 무너지지?"…카드값 못 갚는 사람 늘었는데 버티는 美경제
연체율 상승, 소비심리 악화에도 美경제 성장
AI투자로 자산시장 버텨
과거보다 부실 늦게 인식…금리 변수 지켜봐야
미국 경제에서는 상반된 장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체감 경기는 이미 침체에 가까운 모습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반등했고 S&P500 기업의 시가총액은 역사적 고평가 영역에 근접했다. 소비보다 기업 투자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고, 자금은 여전히 인공지능(AI)을 위시한 투자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하나증권은 현재의 미국 경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의 카드대출 연체율은 13% 넘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중소기업 파산과 소비심리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체감 경기만 놓고 보면 이미 침체에 가까운 영역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미국 GDP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하면서 전 분기 대비 반등했다. S&P500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S&P500 시가총액은 GDP 대비 기준 역사적 고평가 영역에 근접해 있다. 대형 AI 기술주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달라진 소비 구조…'양극화'
하나증권은 미국경제와 자산시장이 견고하게 버티는 배경으로 달라진 소비 구조를 꼽았다. 현재 미국 상위 10% 가계는 미국 주식의 약 87.5%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부(富)의 약 67.5%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이 상위 계층에 집중된 구조다. 반면 하위 계층은 카드대출·자동차 대출·주거비 부담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에서 상위층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하위층 소비가 둔화하더라도, 금융자산 상승효과를 기반으로 상위층 소비가 유지되면 전체 소비와 GDP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지금 미국 경제는 모두가 동시에 좋아야 유지되는 구조보다, 자산 보유층 소비가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투자가 떠받치는 美경제
또한 미국 경제의 축도 소비에서 기업 투자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를 조명했다. 올해 1분기 미국 비주거 고정투자는 전년 대비 약 5.7% 증가했고, GDP 성장 기여도는 약 1.38%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서버·네트워크 장비 중심의 컴퓨터 및 주변기기 투자는 전년 대비 73%, 2022년 말 이후로는 약 149% 증가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는 반도체·전력·산업재·네트워크 장비 산업까지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과거 미국 경제가 광범위한 소비와 주택시장 회복에 의해 움직였다면, 지금은 AI 중심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유지하는 구조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보다 부실 느리게 인식하며 버티는 시장
여기에 더해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느리게 부실을 인식하고 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는 여력이 없는 차주를 중심으로 현금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PIK(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해당 이자만큼을 원금에 더해 만기에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 전환과 만기연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이후 저금리 환경에서는 일부 차주들이 활용한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오피스 담보 자산유동화증권(CMBS) 연체율은 팬데믹 이전 1~2% 수준에서 올해 약 12%까지 상승했다. 일부 오피스 자산은 이미 몇 년에 걸쳐 거래가격 기준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시장 전체가 한 번에 손실을 인식하며 정리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은행권은 자산을 즉각 매각하기보다는 만기 연장과 구조조정을 택하고 있다. 차환 부담도 계속 누적되는 추세다. 이 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은 아직 진행 중이며, 손실 인식 역시 긴 시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며 "시장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손실과 부담이 긴 시간에 걸쳐 분산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지속이 관건
결국 미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기 소비 둔화 자체가 아니다. AI 투자 확대가 이어질 수 있는지,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신용 차환이 가능한지, 자산 가격이 유지될 수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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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체감 경기는 둔화하고 있지만 자금은 여전히 미국 자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등 미국 경제는 '전체 경기'보다 '자산·투자·신용 플랫폼'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금 시장을 이해하려면 실제로 어떤 영역이 유동성과 자본을 계속 흡수하며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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