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장기화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실질임금 회복세가 꺾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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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8%로 뛰었고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가 임금보다 더 빠르게 오른 것이다. 2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보너스를 제외한 영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월까지 3개월 동안 실질 기준으로 연율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이 매우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오르면서 실질임금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유로존의 경우 2022년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잃었던 구매력을 이제 막 회복했지만, 이번 에너지 충격으로 다시 압박을 받게 됐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의 실질임금 증가율이 0에 가까울 것으로 봤다. 프랑스처럼 소비자를 보호할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이미 실질임금 증가율이 '큰 폭의 마이너스'에 빠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질임금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중동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이란의 최고위 협상단은 카타르 도하를 찾았다. 중재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단계적 재개방을 포함한 평화 합의의 최종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물가 상승을 막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앤 스웡크 KPMG U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으며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다시 열린다고 해도 물가를 이전보다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받는 압박은 정책 당국자들에게 2가지 별개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하나는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서 전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둔화하면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이후에도 고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임금 감소의 원인이 "전적으로 중동 분쟁에 있다"고 봤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실질임금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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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고물가가 "기업의 이익률을 낮추고 채용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 문제로 번지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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