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살았다. 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고, 일터에 새로 들어온 동료들은 얼굴도 모른 채 함께 일했다. 불과 5년 전 일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그림 속에만 있었다. 광화문 광장 공사장 가벽(假壁)에 인쇄된 벽화는 2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고, 사람들은 좁은 보도를 그림 속 넓은 광장의 사람들과 나란히 걸었다. 그림의 사람들은 세련되고 자유로워 보였다.
2021년 10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그림 속 사람들과 마스크를 쓴 그림 밖 사람들이 나란히 닮은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디자인스튜디오 사월 김제형 그림) 허영한 기자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자리를 바꿔가며 같은 그림이 인쇄된 가림막이 설치됐다. 공사 진척에 따라 길이 바뀌었다.
예술은 대개 희망도, 교훈도 직접 발설하지 않는다. 종종 예술과 메시지의 중간쯤 있는 어떤 것들은 보여주는 것이 말에 가까울 때가 있다.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지금의 현실과 다른 희망 사항이었고, 그림도 현실의 일부로 본다면 실상과 가상의 불화한 풍경이었다. 그림이 사람을 위로하거나 희망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려진 곳의 시각적 결핍을 한동안 대신해 주었다. 사람들은 가림막 사이 매일 달라지는 길을 지나다녔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이 빨리 많은 것을 해결해 주길 바랐다.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는 한동안 심야 작업을 했다. 조명이 눈부시게 밝은 것은 어둠 때문이었다. 한밤중에도 근로자들이 쓴 KF94 마스크는 하얗게 빛났다. 광화문은 그림 속에도 있었고 그림 너머에도 있었다. 공사는 취임식 전에 마무리되지 않았다. 광장은 그 자리에 있지만 계속해서 모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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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마무리된 지 오래지 않아 다른 공사가 시작됐고 그 공사는 얼마 전 마무리됐다. 그곳에서 열린 BTS 컴백 공연을 세계인들이 함께 봤고, 광장은 도처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지금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고 광장은 그때의 그림처럼 자유롭다. 그러나 공사 없는 광화문 광장이 얼마 동안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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